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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업체 과신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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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은 캐나다로 이민 오면 일단 큰 집과 좋은 차부터 삽니다. 미래를 대비해 돈을 아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사업 이민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랜디 볼트(51) 노동.이민부 국장. 지난 13~14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린 '해외 이민.유학 박람회'에 참석한 그는 이민을 준비하는 한국인에게 이같이 직설적으로 충고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2만명의 넘는 인파가 몰려 식지않는 이민 열기를 증명했다.

볼트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에 비해 한국 이민자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니토바주는 4년전부터 주정부 차원에서 사업 이민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400여 한국 가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니토바주로 옮겼다. 그는 "이민자가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시점이지만, 한국인 이민자는 현지 주류 사회에 스며들기 보다 한인 커뮤니티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매니토바주는 지난해 한 홈쇼핑 업체가 이민 프로그램을 판매 상품으로 내놔 화제가 됐던 곳. 영어가 필요없고 캐나다의 다른 주에 비해 이민이 쉽다는 선전에 이민 상품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에 대해 볼트는 "이민을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주정부에서 해당 이민업체에 6개월간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해준다'는 이민업체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며 "이민은 업체가 아니라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니토바주는 캐나다의 다른 주에 비해 경쟁이 심하지 않고, 가족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간다고 그는 설명했다. 통근 거리도 평균 50분 걸리는 토론토에 비해 주도(州都)인 위니펙은 15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장점 때문에 타주에 사는 캐나다인도 매니토바로 이주해 온다고 귀띔했다. 볼트는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매니토바로 오느냐에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우리 주에서 우리 주민으로 살 사람의 이민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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