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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격전지] 서울 양천을, 시장통 낙순이 vs 앰프 든 MB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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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낙순이’로 통하는 김낙순 vs 앰프를 끌고 다니며 얼굴 알리는 남자 김용태. 서울 양천을에서 숙명의 대결을 펼치는 한나라당 김용태 후보와 통합민주당 김낙순 후보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낙순 후보는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낙순이’로 통한다. 지역 토박이인 데다 시의원 경험이 8년이고 4년은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반면 김용태 후보는 얼굴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한나라당에서 지연보다는 인물을 보고 공천한 경우다. 김낙순 후보가 탄탄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재선에 도전했다면 김용태 후보는 이명박 정부를 만든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여당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둘의 선거 전략도 판이하다. 두 사람은 31일 복지관과 경로당을 각각 방문한 뒤 시장을 도는 비슷한 일정을 소화했다. 유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신월동 심곡시장을 찾은 김낙순 후보는 ‘형님, 요새 장사 잘돼?’ ‘형수, 나 물 좀 줘’라는 식으로 친근하게 다가간다. 과일 가게 상인 김현숙(46)씨는 “국회의원은 역시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가려운 데를 긁어 주려면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낫다”고 말했다. 김낙순 후보는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마식 투표가 제일 무섭다”며 “이 지역을 잘 아는 내가 지역 발전도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거여 견제론보다는 토박이로서 지역 사정에 밝다는 인물론을 내세운다.

반면 김용태 후보는 수행원 없이 이동식 앰프를 끌고 시장을 돌아다닌다. 자신을 먼저 알리는 게 급선무라서다.

앰프를 이용하면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눠도 “김용태입니다”라는 인사가 시장 전체로 퍼져나가는 효과가 있다. 그는 “여당이란 프리미엄을 내세우려면 일단 내가 누군지를 알려야 한다”고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신발 가게를 하는 김경민(45)씨는 “김 의원은 지역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다. 이명박 정부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이니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용태 후보는 여권 내에서 젊은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35%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박빙이다. 양천을은 서울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낮고 호남 지역 출신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도장 가게를 운영하는 윤태균(63)씨는 “한나라당 후보는 명함 한 장 받은 적 없고 경력도 모르지만 누가 나와도 한나라당을 찍겠다”며 “북한 퍼주기에 질렸다”고 했다. 하지만 조명 가게 주인 김모(50)씨는 “한나라당이 경제 이슈로 대선에서 이 지역 호남 표를 가져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기들끼리 파벌 싸움을 하느라 표를 다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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