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식품’ 돼지고기 비계는 떼고 드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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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24면

황사철이면 직장 회식 메뉴로 삼겹살이 인기다. 돼지고기는 미세 먼지와 함께 몸 안에 들어온 카드뮴이나 납 등을 배출시켜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사 먼지는 물론 그 안에 든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시켜줄지 모른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석탄·분필 가루를 많이 마시는 광산 노동자나 교사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이유도 비슷하다. 정말 돼지고기에 디톡스(제독)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연구논문은 찾기 힘들다. 『동의보감』에 “수은 중독과 동물성 약 중독을 치료한다”고 쓰여 있는 정도다.

그래도 돼지고기는 영양적으로 장점이 많다. 비타민 B1(정신건강 개선, 성장 촉진), 비타민 B12(빈혈 예방, 성장 촉진, 신경계 건강 유지), 아연(상처 치유 시간 단축, 성장 촉진), 철분(빈혈 예방, 피로 해소)이 풍부하다. 그래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 한창 자라는 어린이와 청소년, 빈혈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 특히 좋다.

일본에선 장수 식품으로도 통한다. 세계적인 장수촌인 오키나와의 주민 1인당 돼지고기 섭취량이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최고 열 배까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오키나와에선 돼지고기를 장시간 푹 삶아 기름기(지방)를 완전히 빼고 먹는다.

아킬레스건은 고열량·고지방이다. 『동의보감』에도 “많이 먹으면 비만, 오래 먹으면 풍(風)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다. 지방 함량은 부위별로 차이가 크다.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삼겹살의 100g당 지방 함량은 28.4g으로, 목살(9.5g)이나 구운 등심(8.8g)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헬스 프렌들리’하게 돼지고기를 섭취하려면 적어도 눈에 보이는 비계 등은 떼고 먹어야 한다. 고기 내부의 온도가 75도에 이를 때까지 열을 충분히 가해 조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센 불로 고기의 양면을 완전히 익힌 뒤 불을 낮춰 속까지 익히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야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균은 물론 선모충·유구조충(갈고리촌충) 등 기생충까지 죽는다.

맛은 도축한 지 3~4일 지난 것이 최고다. 지방은 희고 단단하면서 방향(芳香)이 있어야 상품. 정상적인 고기 색깔은 쇠고기보다 연한 선홍색이다. 색이 창백해 보이면 맛이 푸석거리고 진한 암적색이면 늙은 돼지거나 오래 보관된 고기이기 쉽다.

돼지고기는 쉽게 상한다. 몇 시간 내에 조리할 것이 아니면 바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조리에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중국 요리에서 팔각·정향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편육을 만들 때 생강이나 파, 녹차 잎을 넣어 삶으면 냄새가 사라진다. 볶을 때는 센 불에 볶아 고기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돼지고기와 ‘찰떡 궁합’인 식품으론 상추·깻잎 등 채소(돼지고기에 없는 식이섬유 보충), 새우젓(고기의 소화를 돕고 맛을 높임), 마늘(돼지고기에 풍부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움), 표고버섯(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줌)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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