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박쥐의 초음파 下.어둠속 먹이사냥 백발백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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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늘날 동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중 레이더에 의한 박쥐의 활공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박쥐는 대낮의 사람눈을 방불케하는 세련된 음파탐지능력을 지닌다.어둠 속에서 관박쥐가 먹이인 밤나방 한마리를 발견,계속 초음파 를 보내면서접근할때 박쥐는 나방에 부딪쳐 들리는 메아리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나뭇가지나 잎들의 반사전파도 같이 듣는다.
이때 박쥐의 감각기관에 포착된 상은 나방의 모양이 선명하고 주위 배경인 나뭇잎등은 희미하게 감지된다.즉 관박쥐의 귀내부에있는 달팽이관에 기다랗게 놓여진 기저막은 83㎑정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이 주파수 보다 높거나 낮은 소 리는 기저막의여과장치에 의해 아주 어렴풋이 들리는 것이다.
관박쥐의 귀는 마치 83㎑의 음에 맞추어진 라디오 수상기와 같다.그러나 방송을 보내는 방송국의 송신탑은 한 곳에 고정돼 있지만 박쥐는 소리를 보내면서 재빨리 날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대비한 기술이 개발돼 있다.소리를 듣는 사람이 정지한 채 철길에서 기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이때 그 소리가 갑자기 높아지다가 듣고 있는 사람의 앞을 기차가 지나가면 그 음이 다시 낮게 들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자연계에서는「도플러효과」라 부른다.즉 물체가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면 그 소리의 주파수는 본래의 주파수보다 높아지게 된다.이로써 박쥐는 자기가 나는 속도를 미리 계산,속도가 빠를수록 낮은 주파수의 음을 내 물체에 부딪쳐 메아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들을 때는 수상기에 다이얼을 83㎑에 항상 똑같이 맞춰 놓은것처럼 조금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만일 이때 밤나방이 날개를 퍼덕거리면 그 소리는 어떻게 변화할까. 바로 날개 퍼덕거림의 속도에 따라 박쥐가 쏜 음은 다시변형된다.나방의 날개가 박쥐로부터 멀어지면 박쥐가 쏜 주파수는약간 낮아졌다가 다시 박쥐쪽으로 향하면 다시 높아진다.이렇게 해서 관박쥐는 어둠속에서 밤나방이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박쥐들은 항상 잘 다니는 서식처 주변과 그들의 사냥지역은 장애물의 상태나 위치를 잘 기억했다가 레이더의 기능없이도 기억력만으로 잘 날 수 있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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