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현장관찰⑤ 대구 수성을] 한나라당 몰표 지역서 전·현 대통령 측근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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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학회 소속 안용흔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26일 오후 대구 수성시장을 방문해 4·9 총선 민심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보장된다는 대구. 2004년 탄핵 역풍에서도 한나라당의 전국 평균득표율 37.9%보다 24.5%포인트가 많은 62.4%의 전폭적 지지를 보낸 곳이다. 그런 대구에서도 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해 ‘대구의 강남구’라 불리는 수성을 지역엔 한나라당 지지층이 밀집해 있다.

범어로에 위치한 한나라당 주호영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주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지냈다. 인사말과 웃음소리가 뒤엉킨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주 후보의 이상철 보좌관은 두 개의 표어로 정리된 선거 공약을 들려줬다. 침체된 대구 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대구의 8학군이라 불릴 정도로 유별난 수성구민의 교육열에 초점을 맞춘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교육특구 조성’이었다. 이 보좌관은 “주 후보가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지난 17대 국회에서 주 후보가 수성을 선거구민에게 약속하고 지켰던 업적을 홍보하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후보에 맞서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 무소속 유시민 후보다. 유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범어로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선거사무소는 며칠 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로 고무된 분위기였다. 주 후보에게 비록 뒤지고는 있지만 한나라당의 아성인 이곳에서 의외로 지지율 22.7%가 나왔기 때문이다.

유 후보의 김희숙 공보특보는 높은 톤으로 대구 지역경제가 침체된 원인을 설명했다. 1990년대 초 대구가 총생산지수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한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대구 시민들이 몰표에 가깝게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결과라는 거였다. 유 후보 측의 이런 주장은 대구의 일당 구조와 지역 폐쇄성, 인재와 기업의 대구 탈출, 그리고 경제 침체라는 복잡한 논리 구조로 이어졌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중앙의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을 국회로 보내야 하며 안정 의석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지역 경제의 침체성을 특정 정당의 지배체제와 그로 인한 지역의 폐쇄성에서 찾는, 정연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겐 생소한 설명이었다.

서로 충돌하는 이 논리들을 수성을 유권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지만 주민들의 정치 무관심은 컸다. 두산동과 지산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주민과 수성시장의 비좁은 골목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냐고 묻자 “뭔 기준? 한나라지” “이제 한나라당 대통령을 뽑았으니 한나라에 힘을 실어 줘야지. 안 그래? 그래야 대구 경제가 살 것 아닌가”라는 답변들이 돌아왔다.

수성시장의 할머니 한 분은 질문 자체가 의아하다는 표정까지 지었다. 다만 건너편 좌판에서 손님에게 생선을 싸 주던 50대 중반의 상인 한 분은 “난 이번엔 생각이 달라. 누가 누구인지 봐야 할 것 아닌가. 뭔 이야기를 하는지도 들어 볼 거야” 라고 외쳤다.

안용흔 교수 대구가톨릭대 국제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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