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책마련 너무 서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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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따른 정부대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조직적이고 체계있는 응급구조가 안됐다는 비판이 일자 「재난(災難)관리청」신설,민방위본부 소방국의 소방청 격상,「전문 인명(人命)구조팀」 구성등의 대책을 내놨다.또 고객 과 종업원등무고한 인명을 엄청나게 살상케한 백화점경영진을 처벌할 법규가 너무 미약하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건축법을 개정해 부실시공과 이에 따른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거나,현행 5년 이하의 금고로 되어있는 업무 상 과실치사상죄의 법정형량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은 「인위재난관리법」의 제정을 비롯,이같은 내용을뒷받침할 관계법의 제정.개정을 5일부터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모두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물론 대형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그러나 붕괴사고후 겨우 나흘만에,아직 한쪽에서는 생존자에 대한 구조작업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시점에서이같은 대책을 서둘러 세운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는게 우리의 생각이다.그렇게 손쉽게 나올 대책이라면 왜 성수대교 붕괴,대구지하철 가스폭발등 엄청난 안전사고가 잇따랐는지 묻고 싶다.어쩌면 민심수습을 서두르기 위해 대책마저 부실.졸속으로 세우려한다는 오해나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다.
사고 피해나 충격이 크면 클수록 흥분을 가라앉힌뒤 보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완벽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구조작업을 서두른다고근본대책 마련까지 서둘러서는 안된다.우선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기존의 제도나,기구.인력이나,시설.장비의 문제점 을 있는대로 도출토록 하는 것이 대책마련의 순서다.이를 바탕으로 엄격한 검증을 거친 최선의 개선책을 찾아내야 한다.대책으로는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할 것,현재 있는 기구를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체제를 갖춰야 할 것,상당한 예산을 투입 해야 할 것등을 나눠 연구.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대책만큼은 완벽하게 세워야 한다.그래서 평소에 제도나 기구가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이것이 대형사고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부실시공을 막는 대책,재물보다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게 하 는 대책,아비규환 속에서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구난통제대책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응급처방식으로 마련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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