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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폭격기 2대 알래스카 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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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미국 알래스카주의 비행제한구역을 침범, 미 공군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퇴각시켰다고 미 CNN 방송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방송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날 러시아 투폴레프(Tu)-95 폭격기 두 대가 알래스카 해안에서 약 800㎞ 떨어진 비행제한구역 안으로 들어와 미 F-15 전투기 두 대가 긴급 출격해 몰아냈다”고 전했다. 미 공군은 알래스카 엘멘도르프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방송은 이 과정에서 양측 간 충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알래스카 해안에 비행제한구역을 설정해 두고 사전에 비행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CNN은 2월 중순에도 러시아 폭격기 네 대가 태평양 서쪽의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접근해 와 미 전투기들이 몰아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비행은 러시아가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러시아 공군 총사령관 보좌관 알렉산드르 드로비셰프스키는 “장거리 폭격기들이 북극과 대서양·태평양·흑해 등의 공해 상공에서 정기적인 훈련 비행을 하고 있다”며 “모든 비행은 공해 상공 이용에 관한 국제규범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중순 소련 붕괴 후 훈련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중단했던 전략 폭격기의 장거리 훈련을 재개했다.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 달러로 경제 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Tu-95 폭격기는 13시간을 비행해 미군 기지가 있는 태평양의 괌 인근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올 2월 중순에는 Tu-95 폭격기 한 대가 일본 영공을 침범해 일본 F-15 22대가 긴급 발진해 영공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러시아 폭격기의 잦은 도발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건설계획 등을 둘러싸고 미·러가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6일 흑해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별장을 방문해 MD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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