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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경마이야기>말젖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유목민들은 말젖을 먹는다.
날것으로 또는 버터나 치즈로 가공해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한다.몽고족은 말젖을 발효시킨 마유주(馬乳酒)를 마시는데 이를 이용,결핵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말을 잘 모르는 사람은 말도 젖이 있느냐고 묻는데 사실 말젖(유방)은 사타구니 깊숙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우유라고 하면 홀스타인의 축 처진 유방이 금방 생각나지만 말젖이 쉽게 연상되지 않는 것은 이런 외형과 관계가 깊다.
아무튼 말은 상당한 양의 젖을 생산한다.보통 체중이 5백㎏인경주마의 경우 하루에 15㎏정도의 젖이 나온다.많은 양의 젖을내는데도 유방이 처지지 않는 것은 달리는데 지장을 주지 않도록조물주가 만들었기 때문이다.말젖은 식품으로서 유용해 사람의 젖보다도 영양가가 높으며 우유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망아지가 태어났을때 체중이 어미말의 10%에 불과하지만 젖을 6개월 먹고나면 어미말의 3분의1 정도까지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에게 말젖을 먹어보라고 권하면 질겁을 한다.소젖이나 말젖이나 동물성 젖이라는 점은 같은데도 이처럼 인식의 차가 크다.말과 접촉이 없다보니 괜히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말젖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구려 시조 고주몽의 탄생설화에 등장한다.고주몽은 어린 나이에 말의 좋고 나쁨을 알았다고 하니 기마민족의 후예로 추정할 수 있다.
말젖은 미용에도 한몫 한다.로마 네로황제의 부인은 외출할 때마다 말과에 속하는 당나귀 50여마리를 항상 끌고 다녔다고 한다.어딜가나 당나귀의 젖을 짜서 목욕을 해야 성미가 풀릴 정도였으니 폭군에 걸맞은 부인이었다.
새끼말은 여섯달동안 젖을 먹는다.처음 두어달은 전적으로 젖에의지,생명을 유지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미가 먹는 것을 같이 먹으면서 서서히 젖뗄 준비를 하게 된다.어미말은 뱃속에서 자라고있는 또 다른 생명체를 위해서 새끼말에게 계속 해서 젖을 줄수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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