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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가축이냐 아니냐’ 네티즌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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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개를 가축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가 개고기 도축이나 조리 등을 관리하기 위해 개를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에 포함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애호단체와 네티즌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은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개는 가축보다는 애완의 개념이 강하다” “개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반려동물이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2005년부터 개 식용 금지법안 서명운동을 벌여온 재단법인 한국동물 보호협회도 정부가 동물학대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선란 회장은 “개 사육은 국가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며 “동물사랑은 인간성을 회복시키는데 중요한 부분인데 대놓고 도축을 한다면 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 도축을 찬성하는 네티즌은 “다른 동물들도 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개를 더 잔인하게 죽이지 못하도록 법적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개고기 유통량이 많은 만큼 투명하게 관리해 국민 위생을 지켜야 한다”는 등 제도보완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많았다.

2003년부터 인터넷에서 ‘영광보신탕’ 사이트를 운영하며 개고기 조리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이영준(44)씨는 이번 방침에 대해 “반가운 일”이라며 환영했다. 이씨는 “우리 국민의 80%가 개고기를 먹고 있는데 제도를 어정쩡하게 해놓으니 위생상태만 나빠진다”며 “차라리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수난=한국은 1975년 개를 ‘식육(食肉)’검사가 가능한 가축에 포함시켰다. 이후 가축 범주에서 제외된 78년까지 일반정육점 등 공인된 곳에서만 개고기 판매를 허용했다. 80년대 초 영국에서 ‘개고기 먹는 한국인을 규탄한다’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88 서울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으로까지 번졌다.

그러자 정부는 84년 전국 개고기 음식점의 영업을 금지시켰다. 서울시는 ‘혐오식품 영업행위 금지대상 및 지역’을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날’이 되면 보신탕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춘진 의원이 개고기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연간 200만 마리가 보신탕 및 개소주용으로 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북제주군은 개를 가축의 범주에 포함시켜달라는 건의안을 농림부에 전달했다. 2001년 당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개고기 도축 합법화를 위해 축산물 가공처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내외 동물 보호단체 등의 비난에 부닥쳐 법개정이 무산됐다.

한편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은 가축의 범위를 소, 말, 양, 돼지, 닭, 오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 등까지 포함시켰다.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개가 ‘가축’에 포함되면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는 도축이나 조리 등에 대한 위생검사를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서울시 축산물안전팀 김익주 팀장은 “동물단체와 학계 등으로부터 많은 의견을 수렴한 후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 추진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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