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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거짓말…』소설은 음란물 판정 영화는 무혐의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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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법원은 1970년 10월 이른바 ‘성냥갑 명화 사건’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스페인 화가 고야의 명화 ‘나체의 마야’를 복제한 그림을 성냥갑에 넣어 판매했던 유엔화학공업사 신모 대표에게 음화(淫畵) 제조판매 혐의로 벌금 5만원을 선고한 것이었다. “명화라도 불순한 의도로 유포할 경우 성욕을 자극하고 선량한 사회풍교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유죄 판결의 이유였다.

92년 연세대 마광수 교수는 소설『즐거운 사라』를 출판해 음란문서 제조 혐의로 구속됐다. 마 교수는 95년 대법원에서 “성 도착적이고 퇴폐적인 성행위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문학의 예술적 한계를 벗어났다”며 유죄 판결을 받았다. 96년에는 연극 ‘미란다’의 연출자가 “관람석에서 4~5m도 되지 않는 무대에서 여주인공이 알몸 연기를 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 대법원은 소설가 장정일씨가 소설『내게 거짓말을 해 봐』를 출간하자 “성행위 묘사가 노골적이어서 우리 사회의 보다 개방된 성관념에 비춰보더라도 음란하다”며 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검찰은 장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거짓말’에 대한 고발 사건에 대해 “원작에 비해 표현이 완화됐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만화가 이현세씨는 2000년『천국의 신화』청소년판이 원시시대 집단 성교와 폭력 행위를 묘사한 데 대해 “미성년자들에게 음란성 또는 잔인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3년 “원시시대를 표현하는 데 불가피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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