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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핵에 충분한 억제력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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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빌뉴스 AP=연합]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의 가능성이 다 소진됐다고 믿게 되는 적절한 시간에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리투아니아 방문 중 미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제 미국은 필요하다면 안보리에 가거나, 또는 필요한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와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보리 회부 시점과 관련해선 "끊임없이 상황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며 "동맹들과 토론하고, 6자회담의 나머지 국가들이 그렇게 할 시간이라고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보리 상정과는 별도로 '필요한 다른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라이스 장관은 "만일 북한이 진짜로 핵무기 단계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거기에 대한 충분한 억제력(a significant deterrent)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한반도에서 강력한 군사적 동맹이 있다"며 "그것이 실질적으로 (actively) 북한의 도발행위(aggression)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핵 선적 등이 의심되는) 선박을 가로챌 수 있다"며 "한반도에는 막강한 억제력이 있으며 북한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대해 오판하지 마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억제력에 강조점을 둔 것이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춰왔던 기존의 발언들과 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억제력이란 결국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해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중국이나 한국 정부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경제 제재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또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전면적인 (대북) 경제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국과의 1대1 대화를 통해 미국을 협박하고, 자신들에게 대꾸하게 하고, 다음에는 다른 나라들에 가서 비슷한 응답을 받아내는 식으로 분리하고 지배하는 방식을 원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를 대면하는 방식을 미국은 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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