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하이라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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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바둑이 갈수록 난해해지고 있다. 이창호9단대 목진석7단의 LG배 세계기왕전 결승1국은 102수째에 가서야 빈귀에 손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숨가쁜 접전의 연속이었다. 포진을 한 다음 싸운다는 기존의 전투방식에서 대뜸 속사포를 쏘아대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포석, 중반, 끝내기라는 전통의 '3법'은 형체가 묘연해지고 바둑의 흐름은 갈수록 노도로 변해간다.

<실전>=목진석7단이 흑▲로 공격할 때가 결승 1국의 하이라이트였다. 모두들 이 언저리에서 승부가 났다고 믿는다. 그러나 보는 각도는 저마다 다르다.

(조훈현9단)"백1,3으로 사는 것은 너무 괴로워 생각할 수 없다. 이건 이길 수 없다."

(이창호9단)"5로 빈귀를 차지한 것이 조금 빨랐다. A로 뻗어야 했다."

(목진석7단)"6으로 협공하여 비로소 우세하다고 느꼈다."

조9단은 기세를 중시하고 있고 이창호9단은 현실론과 함께 두터움을 중시하고 있다.

<조훈현9단의 가상도>=대마가 살기 전에 3과 4를 교환하는 것이 조훈현9단의 대안. 흑이 6으로 이으면 7의 요소를 차지하고 흑이 B를 차지하면 6으로 끊는다. 목7단 등의 지지를 받은 유력한 의견이지만 그렇더라도 정답은 없다. 현대 바둑은 단지 감상할 수 있을 뿐 완벽한 분석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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