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가시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계집애가 오랍아 하니 머슴애[사내애]도 오랍아 한다’란 우리말 속담이 있다. 이는 남자는 형이라고 해야 하는데 계집애가 오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덩달아 오빠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제 주견이 없이 덮어놓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행동함’을 비웃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속담이 북한에선 ‘가시내가 오랍아 하면 머슴애도 오랍아 한다’이다.

‘가시나(내)’의 어원은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신라시대 화랑제도다. 화랑을 ‘가시나’라고 했다. ‘화랑(花郞)’에서 ‘화(花)’는 꽃을 뜻하는 옛말인 ‘가시’이고, ‘랑(郞)’은 ‘나’의 이두식 표기다. 그러므로 ‘가시나’는 ‘꽃들’이란 뜻이다. 화랑은 처음엔 처녀들이 중심이 돼 조직됐기에 ‘가시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시’는 15세기까지 ‘아내’의 뜻으로 쓰였으며, 여기서 나온 말이 ‘가시버시’다. 둘째로 ‘가시나’는 ‘가시내’라고도 하는데, ‘가시내’의 옛말은 ‘갓(가시)나’다. 아내를 뜻하는 ‘가시(妻)’에 아이를 뜻하는 ‘나(胎生)’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즉, ‘각시(아내)로 태어난 아이’라는 뜻이다.

‘남자 아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인 ‘머슴애’는 표준어다.그런데 ‘머슴애’의 반대 뜻으로 널리 쓰이는 ‘가시내’가 표준어에서 빠진 이유가 궁금하다. ‘계집애’의 반대말은 ‘머슴애’가 아니다. ‘계집애’의 반대말은 ‘사내애’다.

한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