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학展-나무화랑 20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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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3년「녹슨 시대-신탄리 가는 길」을 부제로 단 전시에서 분단된 조국에서의 민중과 자연의 굴곡을 화폭에 담았던 젊은작가 정세학(35)씨의 두번째 개인전.
첫 전시회의 주제의식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우리 서민의 비애와염원을 상징했던 미륵을 통해 옛날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민중의 삶을 형상화한다.
미륵은 현실을 제도하는 석가모니불과는 달리 먼훗날의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우리 조상들이 고통스런 삶의 굴레에서 희망을 걸었던 유일한 탈출구의 역할을 했다.
그들에게 미륵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일종의 사상이자 신앙이었다.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미륵을 막연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라 생활속에서 백성과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존재로 나타낸다.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민들레나 엉겅퀴 같은 들풀,밥공기와 국그릇이 차려진 밥상등과 미륵불을 한공간에 넣음으로써 민중과 항상 함께 하는 미륵의 형상을 부각시킨다.
또한 전통한지 위에 먹으로 선을 그리고 흙가루를 뿌리거나 채색함으로써 봄날의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가는 추계예술학교와 홍익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723)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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