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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 떨어진 민주당 공천 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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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선거 홍보 도우미들이 18일 서울 당산동 당사 앞에서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통합민주당의 공천 태풍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채 열대성 저기압으로 잦아들고 있다. 18일 민주당은 여론조사 경선을 마친 12곳을 포함한 14개 지역의 총선 후보를 추가 발표했지만 현역 의원 탈락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광원 의원(인천 중-동-옹진)은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따돌렸고, 제종길·김태년·최규성 의원도 공천이 확정됐다. 광주에서 벌어진 중량급 대결에서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서을)은 김영룡 전 국방부 차관을 꺾었고 김재균 전 북구청장(북을)이 임내현 전 광주고검장을 이겼다.

박상천 대표가 전략공천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주장해 보류됐던 전남 담양-구례-곡성의 후보는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대로 김효석 원내대표로 정해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박 대표가 발언을 자청해 이 문제 처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 본인과 장성민 전 의원(전남 고흥-보성)의 대결 등 8곳의 경선 결과 발표는 19일로 연기됐다.

대다수 지역에서 현역 의원의 승리로 끝난 여론조사 경선은 이의신청이 줄을 잇는 등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후보의 인지도를 묻는 방식이 정치 신인들에겐 장벽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일부 지역에선 조사 마감 전에 나온 방송의 잘못된 보도로 경선이 중단됐다.

민주당 공천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전략 공천이라는 산을 남겨뒀다. 김홍업 의원(전남 무안-신안), 신계륜 사무총장(서울 성북을), 이호웅 전 의원(인천 남동을)이 탈락한 지역구에 후보를 지명해야 할 손학규 대표는 아직 말이 없다. 민주당 출신들이 대부분 탈락해 비리 전력으로 배제된 인사를 되살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한 사람이라도 되살리려다간 그동안의 쇄신 이미지가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손 대표도 잘 알고 있다”며 “대신 내보낼 마땅한 후보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예고된 세력 재편=공천심사위원회의 박재승 위원장과 7명의 외부 위원이 일으킨 공천 혁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둠에 따라 총선 이후 민주당의 세력 재편도 불가피해졌다. ‘구민주계의 소멸’은 기정사실화됐다. 지금까지 공천이 확정된 구민주계 인사는 최인기 의원과 박주선 전 의원,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 정도다. 범동교동계도 김홍업 의원과 정균환 최고위원,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탈락해 유명무실해졌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정동영계의 호남 뿌리는 공천 태풍에 흔들렸지만 손 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의원들은 인물난 속에 대부분 살아남았다. 정동영계에서는 채수찬·양형일 의원과 다수 원외 측근들이 탈락했고 김현미·민병두·정청래·노웅래 의원 등이 공천을 받았다. 공천이 확정된 김부겸·송영길·신학용·우상호·전병헌·정봉주·조정식 의원 등 수도권 현역 의원 다수는 친손 그룹으로 분류된다.

글=임장혁·선승혜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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