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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올 봄 패션 ‘분홍의 유혹’에 빠져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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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달콤한 분홍빛이 봄바람을 타고 패션가에 넘실댄다. 지난해 가을 뉴욕·파리·밀라노·런던에서 펼쳐진 봄·여름 컬렉션에서 예고됐던 바 그대로다. 당시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아예 기사 제목을 “분홍이 이번 시즌의 색”이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소녀의 달뜬 열망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의 핑크빛 추억까지, 분홍의 유혹을 따라 J-Style이 나섰다.

분홍은 본래 봄·여름 패션에 단골로 등장하는 색이다. 대개 봄·여름 패션쇼는 가을·겨울 것보다 화사한 의상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이기고 난 뒤 찾아온 봄. 무거운 외투를 벗고 나면 꽃무늬 프린트와 연두, 노랑·분홍·하늘색의 가벼운 의상을 입고 싶은 심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터.

그런데 이번 봄 옷들은 화사하다 못해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다. 이런 화려함에 대해 ‘자연주의를 앞세운 히피 패션이 돌아왔기 때문’(패션 평론가 니콜 펠프스)이라는 사람도 있고, ‘너무 오래 계속된 미니멀리즘, 검정·하양의 모노톤 의상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해져서’(뉴욕 타임스의 패션 전문기자 수지 멘키스)라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화사한 색을 다 제쳐두고 왜 분홍이 주인공이 된 걸까. 분홍이 가장 여자다운 색이어서일까.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본디 ‘분홍=여자의 색’이 아니었다.

90년 전, 미국의 여성 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은 “분홍은 남자의 색, 파랑은 여자의 색”이라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런 원칙이 “일반적으로 인정된 것”이라면서 “분홍은 더 결단력 있고 강인한 것이어서 남자에게 맞고 파랑은 훨씬 섬세하고 유려해서 여자에게 어울린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날의 당연한 상식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특정한 색이 상징하는 바도 변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뜻을 달리하는 분홍은 요즘 이렇게도 쓰인다. 영국 BBC 홈페이지의 홈 인테리어 부분에선 ‘색채 심리학’으로 핑크색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사랑에 관련돼 있고 침실에 어울리는 색이다. 침실은 평화로워야 하고 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서다.” 이곳에 소개된‘인디언 물랑 루즈’로 불리는 핑크빛 침실은 침대뿐만 아니라 벽지, 침대 옆에 놓인 작은 소품 등까지 다양한 색의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다. 

올 봄 패션을 휘어잡은 분홍 열풍에 대해 패션 디자이너 지춘희의 설명은 이렇다. “자연의 색이잖아요. 봄에 피는 꽃 보세요. 진달래도 철쭉도 강도는 다르지만 모두 분홍색이죠. 빨강도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너무 강렬해서 부담스럽고…. 은은한 분홍색, 자연의 향기도 나고 낭만적이죠. 봄, 낭만을 꿈꾸는 여자라면 누구나 분홍을 떠올리는 계절이잖아요. 분홍은 여성을 가장 여성답게 보이게 만들죠. 이 계절에 여자를 설레게 만들기에 이만큼 더 좋은 색이 있을까요.”

‘분홍색은 젊은 애들이나’라는 생각에 가방 속 깊숙이 넣어둔 분홍색 지갑 정도로 만족하고 지냈다면 올 봄엔 조금 더 과감해져 할 듯싶다. 분홍색 하나 없이 올 봄을 지내기엔 분홍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지 않은가.

글=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촬영협조=김미선(모델·에스팀), MCM, D&G, 블루걸, 띠어리, 로저 비비에 by 분더샵, 55DSL, 나이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더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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