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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7일 개관한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은 한국현대미술이 1백년역사를 가진 국제규모의 미술제에서 외국현대미술과 당당히 어깨를겨룰 수 있는 독자공간을 마련했다는데 우선 가장 큰 의의를 둘수 있다.
이는 지난해 한국관 건립이 결정됐을때 『한국현대미술을 50년정도 앞당기는 사건』이라고 한 백남준(白南準)씨의 말처럼 세계미술속에서 한국현대미술이 차지하는 위상이 한단계 격상됐다는 의미다. 실제 베니스시내의 부지난 때문에 중국.아르헨티나등 20여개국이 독립관 확보를 위한 치열한 로비를 벌였지만 그중 유독한국만이 금세기 마지막이 될 독립관 건립허가를 따낼수 있었다.
또 한국관건립에는 안으로도 한국현대미술이 이제 새로운 시대를맞이하게 됐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동양의 현대미술을 일본이란 좁은 창구를 통해 들여다보던 서구미술계가 한국현대미술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때 개최된 88국제현대미술제부터.
일본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토양에서 배태된 한국현대미술은 그행사를 통해 표현력이 풍부하고 다이내믹한 실체를 서구미술인들에게 선보였다.
그후 놀라운 성장을 보인 경제력이 뒷받침되면서 한국미술은 세계미술시장의 커다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번의 한국관 건립은 경제력에 걸맞은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스스로 챙기며 세계미술 속에 뿌리내릴 기회를 맞았음을 뜻한다.
그동안 한국현대미술의 해외소개가 외국인의 시각에 의해 재단된형태였다면 베니스의 한국관 전시는 우리 시각으로 우리 현대미술의 참모습을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구미술의 수입시대를 마감하는 호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에 문화체육부.한국문화예술진흥원,그리고 민간미술인들이 합심,베니스 시당국과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를 설득해 한국관 건립을이뤄낸 일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이는 앞으로 국가간에 소리없이 벌어지는 문화전쟁의 현장에서 정부차 원의 정책적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국내 미술문화정책의 새로운 변화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게한다.
따라서 새로 마련된 한국관이 한국현대미술은 물론 고유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창구가 될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충실한 프로그램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데 미술계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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