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길이있다] 교통사고 후유증, 어혈 치료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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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모씨는 운전 중 뒤차에 받혀 목과 어깨·허리를 다쳤다. 양방병원에서 X선 사진은 물론 CT(양전자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을 찍어봤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단지‘경추부 염좌,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만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로도 시도 때도 없이 목과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팠다. 자동차보험 회사에서는“병원에서 검사에 이상이 없다는데 왜 자꾸 아프다고 하느냐”며 꾀병 환자 취급을 했다. 그러나 김모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파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다.

이렇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를 한의학에서는 외상에 의한 ‘어혈(瘀血)’로 진단하고, 이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어혈을 없애 기와 혈의 순환을 촉진시키고, 손상된 신체 균형을 회복시켜주면 자연히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

한의학에서 어혈이란 정상 생리기능을 상실한 혈액이 경락 내부에 쌓인 것을 말한다. 몸안에 생긴 어혈이 기혈의 운행을 막고, 장부의 기능을 조절하지 못하니 질병과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어혈은 병을 일으키는 일종의 발병인자인 셈이다.

어혈을 풀기 위해 한방에선 침·약침·뜸·부항을 환자에 맞춰 시술한다. 또 당귀·홍화 등을 주재료로 하는 어혈을 푸는 한약 처방(당귀수산, 가미활혈탕 등)을 체질에 맞춰 투약한다. 이와 함께 균형을 잃은 신체를 바로잡기 위한 추나치료, 한의학적 원리를 응용한 물리치료기(저주파, 중주파)도 사용한다.

어혈은 김모씨처럼 경추·요추 염좌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 후에 발생한 경추간판탈출증·요추간판탈출증 또 골절 수술 후 생긴 통증, 타박상에 의한 근육통 등에도 어혈을 제거하는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다.

교통사고 초기에는 어혈을 제거하고 경락을 소통시켜 통증을 없애며, 만성인 경우엔 근육기능을 강화시키는 한방치료를 한다. 치료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4∼6주 진행된다.

자동차보험 처리가 안 될까 염려해 한방치료를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법이 바뀌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방치료를 받아도 자동차보험이 적용된다.

임상 통계에서도 어혈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됐다. ○○한방병원의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한 한방치료 후 81%의 환자에게서 어혈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성세 교수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한방침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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