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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래도 화염병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는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일본중의원의원의 망언(妄言)과 관련해 일본의 책임론을 이미 지적한바 있다.와타나베는 자신의 발언이 일본 국내정치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거두자 재빨리 「잘못을 인정하는」,일본 망언자군(群)의 치고 빠 지는 고전적수법을 역시 도습했다.
한국언론은 이를 「사죄」했다고 확대해석했다.그러나 와타나베는물의를 빚은 자신의 망언에 대한 부분적 해명.사죄만 했다.아사히(朝日)신문의 사설이 적절하게 지적했듯 와타나베는 한일병탄조약의「원만한 체결…」부분에서「원만」을 삭제하고 「원만」이라고 말한데 대해서만 사죄를 표시했을뿐,20세기 전반기 일제의 죄행에 대한 자신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별반 반성의 자세를보이지 않았다.일본정부도 일제의 동아시아침략에 대해 일관되게 유지해온 모호한 입장 그대로였다.
이러니 우리 국민이 받는 심적 울화와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을수 없게 돼있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아사히신문조차 「와타나베 같은 정치가가 아직도 활개치고 있다니…」하고 개탄했을정도니,특히 우리 열혈 청년들의 끓어오르는 분 격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 분노를 일부 대학생들처럼 주한일본대사관 광보문화원에 화염병을 던져 표현하는 방식은 결코 찬성할 수 없다.매우유감스럽고 창피하기 그지없다.겉과 속이 다른 협량한 일부 일본인의 짓거리를 우리 청년들이 꼭 닮아가야 속이 후련하다는 것인가.한마디로 우둔하고 미욱한 행태다.
외국문화원은 국제법상 치외법권을 인정받는 해당국의 재외영토나다름없다.화염병공격 같은 폭력행위는 이유 여하를 떠나 외교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있으려니와 침략사에 대해 회개하는 일부 일본인들을 자칫 비우호적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고,무 엇보다 우리의정당한 입장을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망언은 사라지고화염병만 남는 본말이 전도되는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역사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는 우리가속좁은 일본인의 망령된 행위에 대해 비폭력의 도의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본인을 부끄럽게 만들 수 있는 첩경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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