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서 잇단 대형 산불 "4년주기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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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강풍을 타고 인근지역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주택이 불타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봄의 문턱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 주민들이 대피하는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주 전국적인 폭설로 일기가 건조하지 않은데도 대형산불이 난 것은 일부 입산자들의 부주의 탓으로 풀이된다.

10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 등에서 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22분 쯤 속초시 노학동 한전 변전소 뒷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 강한 바람을 타고 동해안 대포항 쪽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은 인근 속초상고와 부영아파트 단지를 거처 주공4차 아파트와 부근 외옹치까지 10㎞ 이상 번지면서 청대리와 온정리 논산마을 주택 16채를 태웠다. 그러나 정확한 인명피해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속초시는 산불이 민가로 번지자 오후 1시40분쯤 청대리 주민을 비롯해 조양동 설악빌리지, 부영아파트 5.6.9블럭, 논산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청대리 50여가구, 부영아파트 1천여 가구 등 4000여명의 주민들이 청대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속초상고 학생들도 수업을 중단한 채 긴급 대피했다.

불이 나자 속초시는 민방위 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일출, 충용부대 군장병 1천여명을 비롯해 경찰과 공무원, 소방대, 군장병 등 1천500여명과 소방차 12대, 산림청 소속 헬기 6대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부영아파트와 주공 4차 아파트 일대는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연기속에서 주민들이 대피하느라 소동이 벌어졌으며 교통통제로 7번국도를 비롯해 시내 일대의 교통이 마비돼 혼잡을 빚고 있다.

오후 4시 현재 강원중북부 산간 동해안지역에 폭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으며 속초지역은 평소 4 ̄5m 보다 강한 초속 23.5m 가량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 지난 86년 4월 성산과 옥계면에서 산불로 261ha가, 96년에는 고성 산불로 3천700ha, 98년에는 강릉 사천 산불로 301ha가, 2000년 4월에는 사상 최대의 대형산 불로 고성, 강릉, 동해, 삼척, 경북 울진 등에서 2만3천448ha의 산림이 숯더미가 됐다.

특히 고성 산불이 났던 96년 4월에는 제15대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강릉 사천 산불이 났던 98년에는 제2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2000년에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강릉시는 이같은 '대형 산불 4년 주기 징크스'를 의식, 지난달 28일 '산불 없는 강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냈다. 또 강원도는 지난달 도내 55개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산불방지대책회의를 열어 지난해 148억원이던 산불방지 예산을 200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36대의 헬기와 78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입체적인 대비를 해왔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속초.고성 등의 지자체들도 12명씩으로 구성했던 산불예방 진회대를 16명씩으로 늘리는 등 대비를 해왔다.

강원도청 산림정책과 김천응(52)산림보호담당은 "공무원들 사이에 대형 산불 4년 주기 징크스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4년마다 묘지 이장이나 무속인들이 산속에서 굿을 하는 일이 많은 윤달이 돌아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같다"고 설명했다.

<속초=이찬호.홍창업 기자, 서울="이기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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