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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코리안 우등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않으면서 농삼아 하는 소리가 있다.『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말이다.그와 비슷한 소리로 재미교포들이 힘에 겹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툭하면 내뱉는말이 있다.『이게 다 자식들 공부시키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말이다. 우리 직장인들은 농삼아 하는 소리지만 재미교포들은 진정으로 하는 소리라는 점이 다르다.지지리도 못살던 시절 고국을 등지고 삶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긴 사람들의 이민 동기가 한결같이 「보다 나은 삶」과 「자식들의 장래」였으니 그런 소 리가 입에 밴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학교사회에서 아시아계,특히 한국계 이민의 교육열과 그 2,3세들의 향학열은 대단한 것으로 평가된지 오래다.얼마전 미국의 한 교육전문가는 『한국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특별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다만 그 부모등 가족 전체의 지원이 큰 힘이 돼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한적도 있다.
아무리 경제형편이 어려워도 자식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외 고급주택가로 이사하는등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은 전체 인구의 3% 정도지만 최고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大의 경우 아시아계 학생은 매년 전체 학생의 15% 안팎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한국계 학생들은항상 두각을 나타낸다.
92년의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때 하버드大의 한 교포학생은 자신들의 주목받는 입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많은 백인학생들은 우리를「아시아의 공부벌레들」이라 부르면서우리의 학구열과 경쟁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많은 미국인들은이것을 미국의 대일(對日)무역전쟁과 관련지어 보다 큰 「아시아의 침략」 일환으로 보고 있다.』 머리가 좋든,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든 미국사회에선 다른 민족이 공부를 잘해 두각을나타내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어떻든 미국의 교포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둬 이런 저런 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늘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올해의 각급학교 졸업시즌에도 고교졸업생 4명이 대통령상 수상자로 뽑히고,하버드大.캘리포니아大(UCLA)에선 우등졸업생이 탄생하 는등 낭보(朗報)가 잇따르고 있다.
이젠 우리 민족의 탁월성으로 「코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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