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시급한 勞使 게임규칙

매년 이맘때면 우리 경제에서 노사분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사회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의 앞날을 불확실하게 하고있다.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노사분규는 87년의 6.29선언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분출된 이후 우리 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로 부상했다.
노사분규가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제기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오늘날까지 중요한 현안으로 남아 있는 것은 노사관계라는사회적 게임에서 여러가지 규칙이 확립되지 못한 증거라 하겠다.
어느 사회학자는 우리의 매일 매일 생활을 하나의 게임으로 표현하고 있다.즉 우리의 생활자체가 일정한 규칙하에 진행되는 게임의 연속이라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노사관계는 기업내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인간관계 게임으로 볼 수 있고 게임 은 규칙과 룰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결국 오늘날 노사관계의 혼란은이와같은 게임의 규칙이 합리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노사분규의 어려움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등 선진국에서도 오랫동안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게임의 내용과 규칙을 하나씩 개선하며 점진적으로 해결하여 왔다.한 예로 임금협상이나 단체협약을 매년 각각 다른 주제로 다루기 보다는 3년에 한번씩 통합하여 다룸으로써 경영자와 근로자가 노사관계를 배우는 시간도벌고 노사분규의 빈도도 줄이는 제도로 개선한 것이다.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노사관계라는 게임의 규칙을 개선하고 확립하여 나가는 과정에서 다음의 내용들이 반영되고 지켜져야 하겠다.
첫째로 노사협상의 결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즉 노사협상에서 어느 한편의 이득이 다른 편의 손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노사분규에 의하여 파업이 강행되는 경우 기업이 손실을 볼 뿐만 아니라 근로자도 월급을 포함하여 최악 의 경우에는실직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게된다.따라서 노사협상은 어느 한편의승자나 패자가 없는 모두가 승자가 되거나 모두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둘째로 노사협상은 대결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화합의 게임이 되도록 규칙이 세워져야 한다.하나의 예로 최근 우리 경제계에서 산업평화상을 수상하며 매년 30%씩 성장하는 기업의 관리초점이 바로 노사화합에 있음을 볼 수 있다.이 기업에서 는「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용어를「노사불이」(勞使不二)로 바꿔 노와 사가 둘이 될수 없다는 목표를 갖고 기업경영의 내용을「사원감동」이라는 표어로 표현하고 있다.이와같이 노사불이가 되고 사원감동의 경영이 되기 위하여는 노사관계에서 부당노동행위나 불법노동쟁의가 근본적으로 제거되도록 게임의 규칙이 정해져야 한다. 셋째로 노사관계는 자유시장경제에서의 경제적 게임임을 강조한다.바꿔 말하면 노사관계는 경제적 이득과 성장을 추구하는 게임이지,권력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정치적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사관계는 경제적 게임으로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보수 에서 장기적으로는 직업의 안정과 고용증대를 추구하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그렇지 않고 노사관계가 정치적 게임으로 비화되어 권력투쟁의 양상을 보일 때 이는 노사관계의 차원을 벗어나는 사회적 게임이될 것이다.결국 이런 게임은 기업내에서 경영자와 근로자가 해결할 수 없는 게임이 되어버린다.
끝으로 한가지 분명한 것은최근의 노사분규를 보면서 온 국민이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산업평화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통신이나 지하철과 같이 국민 모두가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노사분규는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노사간의 끈기있는 협의를 통해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노사관계라는 게임의 규칙에 의해 해결할 것을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노사분규가 폭발한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노사관계의 과제는 노사간의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좀더 합리적으로 설정되도록 勞.
使.政이 노력하는 것이다.아직까지 미비하거나 확립되지 못한 규칙을 시급히 보완하고 정립해야 할 때다.
그래서 앞으로 세계의 모든 국민들에게 노사분규의 파국적 현장만을 보여주기 보다는 우리도 「노사화합」이라는 저력을 가진 국민임을 보여 주어야겠다.
〈서울大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