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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 음악교과서 1905년 "심상소학창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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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한국 최초의 음악교과서는 1905년에 발행된 『심상소학창가』(尋常小學唱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음악평론가 민경찬(閔庚燦.38)씨가 최근 도쿄(東京)예대 도서관에서 발견해 국내 최초로 공개한 이 책은 일본서적주식회사에서 1905년발행돼 이듬해 국정교과서판매주식회사가 국내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음악이 처음 정식교과목으로 채 택된 것도 1906년.
일본 문부성에 남아있는 조선총독부 교육요람 자료에서 교과서 목록을 발굴한 閔씨는 일본 전역의 도서관을 추적해 일제시대 음악교과서를 모두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심상소학창가』는 1910년전까지 약 5년간 사용된 음악교과서로 수신(修身).국어.역사.지리 등 다른 교과목 내용을 가사로 만든 일본창가와 서양민요들이 수록돼있다.
지금까지 국내 최초의 음악교과서로 알려져 온 것은 1910년에 발행된 『보통교육창가집』.이 책은 60년대에 발표된 민원득(閔元得)씨의 논문 「개화기의 음악교육」에서 최초로 언급된 바있다. 따라서 『심상소학창가』를 비롯한 이들 음악교과서 발굴로한국근대음악사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閔씨는 『우리가 국민학교 때부터 배워온 세계민요도 우리가 직수입한 것이 아니라 일본정서에 맡게 윤색된 것』이라며 『해방후일본 노래들은 삭제됐지만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노래들은 그대로 남아 한국양악의 고전처럼 군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음악교과서에 실려 있는 『여수』『로렐라이』『산타 루치아』등 외국민요와 포스터의 미국민요,슈베르트.모차르트.브람스의 『자장가』등은 일본 음악교과서에 실렸던 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
이번 교과서 발굴과정에서 최남선(崔南善)작시의 『철도가』는 작곡자 미상이 아니라 일본 노래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閔씨에 따르면 개화기 우리 창가로 알려진 『학도가』『철도가』『표모가』는 각각 일본의 『철도창가』『용감한 수병』『우라시마 타로』(浦島太郎.일본 전래동화의 주인공)를 모방.표절한 것으로밝혀졌다.
지금까지 『철도가』는 작사 최남선 작곡 미상,『학도가』는 작곡.작사 미상의 우리 창가이고 『표모가』(빨래하는 아낙네)는 『국어독본』 8권에 실린 내용에 가사를 붙여 김인식(金仁湜)이작곡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특히 『표모가』의 경우 『양악1백년사』(이유선著)에서 『우리예술가곡의 발화점』이라고 돼 있어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다.이번에 입수된 음악교과서들의 총목록은 『낭만음악』 여름호에 개재되며 閔씨가 연구위 원으로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520)8040)에 보관돼 있는 영인본이 가을호부터 연재될 예정이다.
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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