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았습니다] 체어맨W-VVI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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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5000cc 벤츠 엔진, 국내 최초 7단 트랜스미션, 오토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만찬회장의 메뉴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기능으로 가득 찬 1억원짜리 차 체어맨W-VVIP를 사흘 동안 매뉴얼에 적힌 기능들을 모두 만져가며 타봤습니다.

스마트키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손잡이만 잡으면 열리면서 탑승자를 맞이합니다. 둔탁하고 육중하게 닫히는 도어는 체어맨W의 완벽한 실외소음 차단에의 서곡으로 울립니다. 중심 쪽은 부드럽고, 바깥 쪽으로 갈수록 단단하게 설계된 시트는 안락과 안정을 동시에 만들어냈습니다. 이 차는 벤츠 S클래스(모델명 W220) 모델의 5000cc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5000cc면 목이 뒤로 확 젖혀질 듯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시겠지만 뼈대가 벤츠인 고로 자극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밀어주는 뒷심 좋은 엔진 출력 특성을 보여줍니다.

서스펜션과 핸들링에 대해서는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위 물침대 승차감과 유럽 사람들이 선호하는 쇠바퀴 마차의 딱딱한 승차감 사이에서,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이용해 매우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냈고, 스포트(SPORT)와 컴포트(COMFORT) 모드로 양극단을 오갈 수 있도록 했죠. 엉뚱하지만 체어맨W의 압권은 시인성이 뛰어난 룸미러와 사이드미러입니다. 뭐 그리 대수냐 하시겠지만, 지금까지 타 본 대형 세단 중 거울 3개로 길이 5m가 넘는 차의 운전을 이토록 편하게 해준 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번 시승에서 저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오토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었습니다. 이 기능은 차 전면부의 레이더로 앞 차와의 간격을 계속 탐지하면서 자동으로 정속주행 및 가속·감속·제동을 하는 것인데, 어떤 때는 차가 앞 차를 자동으로 따라다니는 것으로 느껴져 미래의 자동항법자동차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커브길에 들어섰을 때, 앞차가 레이더의 범위를 벗어나자 차가 직무에 충실하며 미리 정해놓은 속도로 발진하는 바람에 ‘코너에서 급발진’이란 부고 기사에 실릴 뻔했습니다. 매뉴얼에 적힌 대로 이 기능은 절대 직진코스에서만 사용해야 합니다.

체어맨W-VVIP는 강하면서 부드럽고, 안락하면서 안정적인 차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눈에 띕니다. 단점은 모자람이 아니라 넘쳐남에서 비롯됩니다. 첨단을 너무(?) 주장한 나머지 메뉴와 기능 버튼들이 사용자 중심적이지 못합니다. 사이드미러 조절 스위치는 꼭 바뀌어야 하는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왼쪽, 또 한 번 누르면 오른쪽, 또 한 번 누르면 전체해제가 되어 눈으로 지시등을 보아야만 합니다. 정보화면 또한 복잡해서 BMW의 I 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합니다. 후발주자지만 단순화로 성공한 아우디I MMI를 벤치마킹해야겠습니다.

중복적인 편의장치를 제거해 가격을 7000만원대까지 내린다면 더 많은 구매욕구가 유발될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3600cc 250마력 4륜구동 모델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남궁연(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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