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룡이’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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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말의 미국 영화 ‘텐(10)’에는 육감적인 몸매의 여배우 보 데릭이 등장해 뭇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이 영화는 배우뿐 아니라 성적 흥분을 자극하는 배경음악도 덩달아 공전의 히트를 쳤다. 바로 라벨의 ‘볼레로’다.

볼레로는 탬버린으로 조용히 시작하여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마지막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독특한 리듬의 춤곡이다. 이런 흐름이 성 흥분의 곡선과 유사해 성감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텐’이 히트한 후 한동안 미국에선 밤마다 볼레로 음악이 집집마다 울려 퍼졌다는 후문이다. 물론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우스꽝스러운 부분도 있다. 볼레로를 들으며 성관계를 하는 동안 남편은 아내가 아닌 여배우 보 데릭을 떠올리고, 아내는 남편 대신 남자배우를 상상하며 흥분을 하더란 얘기다.

이런 아이러니도 있지만 다양한 음악이나 청각적 요소는 성적 흥분의 좋은 자극 요소가 수 있다. 꼭 특별한 음악이 아니더라도 성행위 시의 신음소리 자체가 상대의 흥분감을 자극하는 아주 훌륭한 요소다.

그런데 30대 후반의 여성 J씨는 이와 관련해 남편에게 불만이 많다.

“내 남편은 성행위할 때 벙어리 삼룡이라니까요.”

평소엔 말도 잘하고 유머도 있는 남편이 유독 성행위 시에는 무슨 로봇처럼 움직이고, 마치 야간에 적진을 습격하듯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피스톤 운동만 하다가 끝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성 중에는 아내의 교성을 기대하고 즐기면서도 스스로는 흥분감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남성이 소리를 내는 것은 추태’라고 여기는 이가 의외로 많다.

교성을 지르는 것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흥분되지도 않는데 일부러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시각적인 것이든 청각적인 것이든 너무 인위적인 방법에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흥분감은 어색해지고 만다.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신의 흥분 반응이 상승하여 교성이 나온다면 그냥 내뱉으면 된다. 꾹 참지 마라. 오히려 나의 흐트러진 모습과 소리에 상대는 흥분을 느끼고 나로 인해 상대가 즐겁구나, 하는 성적인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다. 성적 극치감에 푹 빠진 여성에겐 단정한 머릿결보다 흐트러진 머리와 초점 잃은 눈동자가 어울리는 건 당연한데, 성행위에 몰두한 남성이 3대7 가르마에 맨숭맨숭한 표정이라면 얼마나 어색하겠는가.

대화를 할 때도 상대에게 눈빛을 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면 교감은 더욱 커진다. 하물며 온갖 감정과 미세한 교감을 주고받는 성행위에서 묵묵부답이라면 어찌 흥이 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했던 벙어리 삼룡이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강동우ㆍ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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