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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신의 못생긴 여자는 없다] 주름은 훈장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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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 나이에도 성형수술을 할 수 있나요. 주책 맞다고 할까봐.”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럽게 상담을 요청한다. 손녀가 성형수술을 받는데 보호자로 따라 오시던 분이다. 그동안 거울을 자주 보셨는지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구체적으로 얼굴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까지 한다.

확실히 성형 연령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 40·50대 중년은 물론 60·70대도 선뜻 수술대 위에 눕는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성형의 목적도 바뀌고 있다. 예뻐지기보다는 젊게 보이기 위해서다.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시키는 것은 표피 아래층에 있는 두툼한 진피 덕분이다. 피부는 25세를 정점으로 점차 노화되기 시작한다. 서양인의 진피는 사과 껍질처럼 피부가 얇아 30대부터 잔주름이 생긴다. 다행히 동양인의 진피는 귤 껍질처럼 두툼하다. 40대 중반 이후에야 비로소 굵은 주름이 나타난다. 이런 피부의 특성이 성형외과 의사에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굵은 피부 주름을 올려주면 어렵지 않게 세월을 거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이마를 올려 보니 눈꺼풀까지 달려 올라가면서 눈매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이마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성이다. 유전자가 인간과 거의 흡사한 침팬지도 이마가 없다. 눈썹 위까지 털이 덮여 있는 데다 주발을 엎어놓은 듯 납작하다. 침팬치의 뇌의 크기는 400㏄에 불과하다. 반면 인간의 뇌는 1500㏄가 넘는다. 정보를 저장할 공간을 확장하다 보니 전두엽이 발달해 두개골을 밀고 나온 것이 바로 이마인 것이다.

바로 이 이마가 중년 이후의 성형에선 흥미로운 주제다. 나이가 들면 피부는 진피의 탄력섬유가 줄면서 중력을 버티지 못한다. 이마부터 내려앉은 피부는 눈썹과 미간, 광대뼈에 걸리면서 눈 주변이 무거워진다. 인상이 어둡고, 답답해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눈꺼풀이 덮이면서 시야가 가려지면 눈을 크게 뜨려고 하고, 그 결과 이마에 가로주름이 생긴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이마거상술’이다. 이마의 피부를 끌어올려 머리카락 경계면에 붙여주면 얼굴 전체의 옛 모습이 돌아온다.

과거 이마거상술은 제법 큰 수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형외과에 내시경이 도입되면서 광범위한 절개와 흉터 등 수술 후유증이 크게 줄었다. 10㎜ 정도 피부를 절개한 3∼5개 구멍으로 광원과 기구를 넣어 늘어진 피부를 이마 위쪽 근막에 고정시켜준다.

만일 할머니가 좀 더 젊은 나이인 50세 전후에 이마거상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요즘 성형의 경향이 무리한 변신보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젠 주름을 세월의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시대는 지났다. 운동과 좋은 생활습관으로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얼굴도 젊어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

김수신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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