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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마지막 자산 2조원 카드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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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사실상 한국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12일 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론스타는 S회계법인 등을 주간사로 2003년부터 매입한 LG·삼성·우리카드 등 카드채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현재 재판에 계류돼 매각이 어려운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이 카드채는 론스타가 보유 중인 마지막 국내 투자자산이다. 론스타는 지난해 6월 극동건설과 스타리스를 매각하고, 12월에는 자회사 소유의 부산종합화물터미널 부지 16만여㎡까지 팔아 그간 한국에서 사들인 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다.

론스타가 시장에 내놓은 카드채의 액면가 총액은 2조원 정도다.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액면가의 20~30%정도 가격으로 나온 물량을 사들인 것이다. 론스타는 최근 인수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카드채를 내놓고 인수 대상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6월 말까지 철수하기로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HSBC로의 외환은행 매각이 실패하면 여러 투자자에게 블록세일(대량 매매) 형태로 지분을 팔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론스타가 HSBC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외환은행 지분 분할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계획대로 HSBC에 넘기려면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HSBC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지분을 10% 미만으로 쪼개 여러 투자자에게 팔면 이런 절차가 필요없다. 또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배당을 통해 투자 원금의 85.4%인 1조8398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51.02%의 지분을 현재 시가대로 팔더라도 투자 원금의 세 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론스타 코리아 측은 “카드채는 3~4년간 가지고 있다가 수익성이 떨어져 손절매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투자 활동”이라면서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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