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제약 ‘법인세 인하’ 최고 수혜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세금을 깎아준다는 건 누구에게나 반가운 소식이다. 주식시장에도 감세 소식은 호재다. 세금이 줄어든 만큼 기업의 이익이 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기업환경이 좋아지면 투자가 늘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번주 정부가 내놓은 법인세 인하방침을 증시가 반기는 이유다.

◇법인세 감면액 국내총생산(GDP)의 1% 넘으면 효과=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실제 정부는 32%였던 법인세율을 1994년과 95년 2%포인트씩 내렸고, 2002년에도 1%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투자증대나 경제성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리면서 줄어든 세금을 만회하려 다른 쪽 세율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율을 충분히 내리지 않으면 감세효과는 상쇄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조세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세금 감면액이 GDP의 1%가 넘어가야 법인세 인하효과가 나타난다. 그동안의 세율인하는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다. 또 세율을 내렸다지만 28%의 법인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를 전망이다. 앞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내릴 예정인데 2007년 걷힌 법인세 기준으로 7조원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김승현 애널리스트는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점까지 고려할 때 인하조치가 완료되는 2013년 법인세수 감소효과는 15조원 수준”이라며 “2013년 예상 GDP 1300조원의 1.2% 수준인 만큼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혜택은 천차만별=법인세율을 일률적으로 5%포인트 깎는다지만 기업마다 실제 받는 혜택은 천차만별이다. 이미 세금감면 혜택을 보고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설비투자를 하면 90%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감면혜택이 커 실효세율이 낮았던 기업이나 업종은 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법인세율 인하로 가장 혜택을 보는 분야는 은행업이 꼽혔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은행 산업은 명목 세율과 실제 내는 실효세율 간 차이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은행별로 당기순이익이 400억~1000억원가량 늘고 주당순이익(EPS)도 4.9%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리베이트 문제로 판매관리비를 엄격히 적용하는 제약업종과 제지·보험·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실효세율이 낮은 제조업 쪽에선 큰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분석 결과 제조업의 실효세율은 21.8%로 비제조업의 23%, 금융업의 27.5%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운송·전기전자·광고미디어·철강·비철금속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혜 폭이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