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2주만에 1백만장 "날개잃은 천사"의 룰라

중앙일보

입력

찌그러진 모자,검은 안경,한쪽 귀걸이,푸른색 콘택트렌즈…4인4색의 개성이 돋보이는 인기정상그룹「룰라」.요즘 가요계는 「룰라 신드롬」을 낳으며 온통 이 신세대가수들의 돌풍에 휩싸여 있다. 무대에서 보았던 현란한 율동,열정적 노래와는 달리 지난 24일 만나본 이들은 우리시대의 보통 젊은이들다운 풋풋함과 소박함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룰라」의 데뷔곡이자 울부짖는 풍의 랩『내가 잠못드는 이유』를 내보냈던 모방송국 PD가 고위층으로부터『그걸 노래라고 방송했느냐』는 경고를 받고 시말서를 썼던게 불과 1년전.
2집『날개잃은 천사』의 음반판매가 1백30만장을 돌파하는등 갖가지「대중문화의 신화」를 쏟아내고 있는「룰라」멤버 4명(이상민.고영욱.김지현.채리나)을 만나 인기의 비결및 뒤에 감춰진 그들의 라이프스토리를 들어보았다(이하 李=이상민. 高=고영욱.
金=김지현.蔡=채리나).
-먼저 단시일에 가요계 정상에 오른 것을 축하합니다.얼마전에『날개잃은 천사』의 음반판매가 1백만장을 넘었다는 데 실제 인기추이는 어떤가요.
『(李)음반 첫발매 2주만인 4월15일께 도매상 레코드집계로1백만장을 돌파했어요.당시엔 하루에 10만장 정도가 팔렸으나 요즈음은 하루 5천~1만장정도 나가고 있답니다.며칠전 1백30만장을 넘어섰다는 얘길 들었습니다.(高)그간 1 백만장 최단돌파기록은 김건모선배의 4주였는데 그걸 저희가 깼다고 들었습니다.2주만에 방송인기가요 50위에서 1위로 최단시일 도약했지요.
최단기간 최다CF출연기록(3개월에 4편)도 기억에 남습니다.
(蔡)저는 뒤늦게 군대에 간 신정환씨 의 대타로 발탁돼 데뷔하자마자 최단시간내 스타가 됐어요.데뷔직후부터 1위를 놓친 적이없는 것도 기네스북감이죠.』 -여러분 자신들은 그같은 열광적 인기의 비결을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李)댄스뮤직 앨범은 대개 1~2곡만 좋은 곡을 넣고 다른곡은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사람들도 테이프를 구입할 때 한곡 들어보고 괜찮으면 사는 식이죠.그러나 열곡이 실린 2집음반은 타이틀곡인「날개잃은 천사」이외에도 모두 정성을 들여 제작했던 게 인기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날개잃은 천사』라는 노래는 어떤 점이 어필했다고 보나요.
『(高)최근 음악추세는「날 떠나지 마」「잘못된 만남」등 빠른추세의 레이브곡입니다.당초 삼바.룸바처럼 템포가 느리고 강한 음악도 아닌 이 노래로 되겠느냐고도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유행을따르지 않고 우리만의 개성으로 과감히 틈새를 파고 든게 성공의요인 같습니다.이번의 오리춤과「비밀은 없어」의 쇼크춤,디기딥춤등도 거울보고 춤추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입니다.결국 개성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엉덩이를 두드리는 김지현양의「오리춤」이 상당히 섹스어필한다고들 하던데요.
『(金)꼬마애들까지 그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저는 특별히 섹시하게 보이려 하지는 않았지만 코디네이터가 그쪽으로 강조한 것 같아요.대중이 섹시하다고 하면 자꾸 더 섹시해지기 위해 무언가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요.연예인은 결국 대중에 의해 만들어지고 거기서 방향을 잡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高)지현이는 평상시 얌전한 편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끼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주된 팬 계층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특별히 이들을 타깃으로 해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있나요.
『(李)주류는 10~20대지만 40~50대 아주머니들도 요즈음은 술자리에서 오리춤을 따라하며 흥겨워한다고 해요.특히 20~30대의 지현이에 대한 인기가 대단합니다.무엇보다 10~20대를 잡기 위해서는 지루하지 않게 끊임없는 변화와 다양성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날개잃은 천사」는 4명이 25%씩 분담해서 각자의 개성을 살리고 멜로디도 쉽게 만들었습니다.(金)예를들어 인도풍의 채리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1분 몇십초를 기다려야하고 귀공자풍의 고영욱을 좋아하는 사람도 기다리면서 결국 전 곡을 지루하지 않게 듣는 이치지요.같은「날개…」노래도 1주간격으로 춤을 부분부분 바꾸는 걸 10대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적잖은 사람들이「룰라」가『비밥바 룰라』라는 노래가사에서 따온것으로 알고 있던데.
『(李)그 덕에 어른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경우도 있어요.원래는 루츠 오브 레게(Roots of Reggae),즉 정통 레게를 의미하는「루라」를 부르기 편하게「룰라」라 한 것이죠.』 -음악을 해오면서 무명시절 무척 고생을 많이 했다던데,요즘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며 어려운 고비는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高)어쩌다 쉬면 불안해질 정도입니다.1집을 낼 때는 한겨울에 경기도의 한 민박집에서 합숙을 했습니다.집에서는 피곤하면 눕고싶고 자꾸 딴 마음이 생겨 놀러갈까봐서죠.(金)노래와춤을 만들기 위해 합숙할 때는 절간처럼 바깥 인연과 끊고 일만생각하며 지냅니다.집에서 해주는 따뜻한 밥.이부자리가 정말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죠.요즈음은 집에 가도 할 일이 없고 일하는것만이 가장 즐겁습니다.(李)특히 라면 먹어가며 함께 합숙한 나이 드신 제작진의 고생을 보면 열 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습니다.팀 결성이후 회사식구와 야유회 간것 빼곤 단 하루 쉰적 없이 하루 5~6시간씩 연습했습니다.노력과 인기는 반드시 비례한다고 봅니다.』 -음반.CF등으로 벌써 20억원 이상을 벌었다면서요.돈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金)4명이라 생각만큼 수입이 많지 않아요.반면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에게까지 한턱내라는 요구가 많답니다.돈때문이 아니라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크게 신경쓰진 않습니다.(李)사실상 이 나이에는 큰 돈을 만져 본 셈입니다.CF 한편 찍어도 남들 1년 벌어야 될 몇천만원씩을 갖게 되지요.그러나 4명 다 부모님과 매니저가 돈을 관리하고 저희는 조금씩 용돈을 타 씁니다.별로 돈 쓸 일도 없거든요.(金)영욱이는「엄마,이거 돈이래」라며펼쳐 보지도 않고 어머니께 던져줄 정도로 돈에는 감각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의 격려와 지원이 컸던 것으로 아는데요.
『(李)요즈음은 전문시대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 부모님들도 도와주시리라 생각해요.(金)사촌언니들이 공부를잘했어요.
전교 1등 한다는 말을 부모님이 자주 하실 때는 사실 마음이아팠어요.전 학교생활은 열심히 했지만 공부는 잘 못했거든요.하지만 그 언니는 미국유학 갖다와서 금새 시집가고 말았어요.저는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아 즐겁습니다.부모님들은 공부만 자꾸 강요하시지 말고 학생들도 고교때까지 최소한 할 건 하고 자기 재능을 살리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팬들의 주류가 10대인데 연예인의 입장에서 요즈음의 신세대들을 어떻게 보나요. 『(蔡)점차 개방적이 돼가는 것 같아요.요즈음엔 연예인을 만나도 수줍어하는 대신 옆집사람처럼 태연히 사인을 요구하고 당혹감이 들 정도의 거친 충고도 합니다.(李)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의 대리만족을 연예인에게 느끼는 게 신세대 같습 니다.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연예인이 옷도 마음대로 입고 귀걸이도 하는 걸 보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아요.(高)신세대들은 식상한걸 제일 싫어합니다.너무 빨리 히트한「날개…」는 식상의 우려가있어 6월부터 후속곡「안녕」으로 물갈이를 하려고 합니다.「안녕」은 4인4색이었던 발랄한「날개…」와는 또달리 4명이 전부 어둡고 서늘한 분위기로 변신해 올 여름을 겨냥할 계획입니다.』 -평소 특이한 패션.용모때문에 주위의 눈총을 받거나 봉변을 당한 적은 없나요.
『(李)넷이 함께 다닐 때는「룰라」인지 알지만 혼자 다닐 때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한쪽 귀걸이를 하고 택시를 탔더니 기사아저씨가「지가 무슨 룰라라고」라며 막 호통을 치는 바람에 웃지도 못하고.(蔡)여자화장실안에 들어가 지현언니 를 기다리는데 남자가 여기 왜 들어왔느냐며 호통듣고 쫓겨난 적이 있어요.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습니까.
『(李)TV매체의 위력은 실감하지만 잦은 출연은 문제가 있어6월에 선보이는「안녕」이후부터는 자제하려 합니다.6월초 로스앤젤레스위문공연,14일 러시아 백야가요제 참석 등 해외공연이후엔라이브콘서트에 주력하려 합니다.(金)특히 7월 30일부터 시작될 부산.대구.광주.서울순회 콘서트는 수익금 전액을 대구가스폭발사고 유족들에게 기탁키로 했습니다.8월부터 4개월간 제작에 들어갈 3집앨범에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정리=崔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