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판 "눈높이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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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판의 높이가 지금의 70㎝에서 50㎝로 낮아진다. 그리고 경기장 바로 앞까지 관중석이 만들어진다. 더 가까이서 씨름을 구경하게 하자는 것이다. 민속씨름이 변신 노력 중이다. 씨름판 운영방식과 경기규정을 바꿔 더 박진감 넘치고 관중에게 더 가까운 스포츠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민속씨름연맹은 최근 워크숍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달 말까지는 새 틀을 만들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무거운 철골구조에 합판을 댄 지금의 씨름판을 알루미늄 조립식으로 바꾸는 것 등이 들어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일본 스모대회 때 선보인 도효(土俵:스모 경기장)를 본뜬 것이다. 20㎝ 낮아질 모래판의 아래에는 대형 스티로폼이 깔린다. 씨름판 밖으로 떨어지는 선수 보호를 위해서다.

하지만 경기 규정을 놓고는 진통 중이다. 선수단마다 이해가 엇갈려서다.

그 중 하나가 샅바 잡기 방식이다. 다리 샅바를 먼저 잡고 허리 샅바를 잡던 것을 거꾸로 바꾸는 것. 즉, 허리 샅바를 먼저 잡고 다리 샅바를 쥐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왼손으로 잔뜩 잡아당긴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함으로써 선수들이 거의 꼿꼿이 선 채 경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키 큰 선수들이 들배지기를 구사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순서로 샅바를 잡으면 선수 사이에 공간이 많아져 체격이 작고 가벼운 선수도 불리하지 않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홍만.김영현 등 거인선수가 많은 LG와 신창씨름단이 반대하고 있다.

연맹 측은 경기시간을 2분에서 1분30초로 줄여 박진감을 살리려 했다. 그러나 각 씨름단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전체 경기시간이 짧아져 결국 씨름과 일반인이 만나는 시간만 줄게 된다"는 게 이유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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