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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代잇는 "우리는 방송인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방송 경력 28년의 KBS효과담당 차재완(52)씨는 성우인 아내를 둔 덕분에 아내가 감기라도 들까봐 늘 걱정이다.그런데 요즘 차씨에게 걱정거리가 한가지 더 늘었다.
마냥 철부지 같기만 한 아들이 최근 「덜컥」 탤런트가 돼 차씨가 일해온 방송국을 드나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어렵기로 소문난 탤런트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차씨는 아들이 연기를 잘해낼지,혹 얼굴에 뾰루지라도 나지 않을지 걱정인 것이다.
지난3월 KBS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서 은상을 받고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차태현(18.서울예전1)군이 그의 아들.차씨의 아내는 인기 라디오 드라마였던 『아차부인 재치부인』에서 재치부인으로,만화영화 『영심이』에서 주인공을 맡는등 2 6년간 성우활동을 해온 최수민(51)씨다.
그의 큰 아들 차지현(단대 연영과2.군복무중)군 역시 음악효과를 전공하고 있어 그의 집안은 여느 집보다도 다양한 인적(人的)구성을 자랑하는 방송인 가족이 된 셈이다.
차태현은 이번 주말부터 KBS주말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전도연을 쫓아다니는 부잣집아들로 첫 등장한다.
한편 중견 연기자 남일우(57)씨가족은 설치미술을 전공한 딸(미국 유학중)을 제외하고는 일가족 3명이 모두 연기에 몸을 담고 있는 경우다.
이미 알려진대로 그의 아내는 87년 『사랑과 야망』을 비롯해수많은 드라마에서 「강인한 어머니」역할을 전담해온 김용림(55)씨.현재 SBS『까치네』에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 방송된 『우리들의 넝쿨』에서 주연을 맡은 남지헌(25.동국 대 연영과 졸.SBS1기)씨가 이들 부부의 아들이다.
남.김부부는 『당초 지헌이 연기를 지망할 때 말렸으나 연기를고집해 말릴 수가 없었다』며 『아직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으나개성과 성실함을 무기로 「속이 찬」 배우로 성장하리라 기대하고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우.스태프로 일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여기에 가세한 2세와 함께 방송인 가족을 이룬 경우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SBS사극『장희빈』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 임충(51)씨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숙종역을 맡고 있는 임호 (24)씨는부자지간이며 EBS『꼬마요리사』 노희지(7)양의 아버지는 MBC카메라맨 노형식(36)씨,어머니는 MBC무용단원 출신이다.
노양의 경우는 예외지만 부모를 따라 방송의 길을 택한 경우 방송의 화려함보다는 무대뒤의 「그늘」을 일찍 파악한 덕분에 행동이 더욱 신중해진다는게 이들 2세의 한결같은 고백이다.차태현은 『방송생활을 해오신 부모님을 보며 자란 덕분에 설렘보다 부담스러움이 다소 큰 편』이라며 『반짝인기를 기대하기보다 겸손하고 성실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헌도 『배우의 길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영원한 배우로 남겠다는 각오로 연기생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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