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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에 검사출신 대거 약진…'법조당' 논란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18대 총선 공천이 마무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검사 출신 등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되면서 '법조당'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까지 공천이 확정된 128명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21명(16.4%)으로 공천이 확정된 직업군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공천 신청자 1173명 가운데 법조인 출신은 130명이었다.

앞서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천을 신청한 사람들 중 무려 130여명이 검찰,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 이었다"며 "이러다 한나라당이 검찰당, 법조당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공천심사위원회에 특정직업군 과다 공천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특히 검사 출신들의 경우 공천율이 사실상 100%에 이르고 있어 당 안팎에서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은 충남 아산에서 현역 초선의 이진구 의원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냈다. 이 전 지검장은 부친이 아산 지역의 유지로 지역 기반이 튼튼한 편이지만 쉽지 않은 공천권을 거머 쥐었다.

경기 여주 이천에서는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이 4선 중진의 이규택 의원을 제쳤다. 이 전 고검장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 출마를 고려해 왔지만 정작 이규택 의원을 제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놀라는 표정이다.

그런가하면 충남 천안갑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전용학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이 확정돼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김상도 의정부지검 차장(경기 의정부갑)도 무난히 공천심사를 통과해 처음 금배지에 도전한다.

공안검사 출신 이사철 전 의원은 부산 원미을 후보로 다시 공천돼 '운동권' 출신 '숙명의 라이벌' 배기선 의원(통합민주당)과 네번째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또 서울 광진갑에서 고배를 마신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대전지역 전략공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기사회생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수원 권선에서는 일선 검사시절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현실감 없는 마리앙트와네트'라고 비판했던 정미경 변호사가 같은 친이계인 신현태 전 의원을 꺾고 공천문을 통과했다.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예비후보 중에도 법조인 출신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공천이 유력하거나 우세 또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전 수원지검 형사부장(경북 구미갑), 오병주 전 대전지검 공주지청장(충남 공주.연기)도 한나라당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박근혜 캠프 클린선거 감시단장을 지낸 함승희 전 의원도 서울 노원갑에서 재기를 노린다. 함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박민식 전 검사와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지낸 손교명 변호사는 법조 선배인 안기부 차장 출신 정형근(부산 북-강서갑) 의원에 도전한다.

이밖에 BBK 사건 때 이명박 대통령이 법률 자문을 구했던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오세경.은진수 변호사도 부산 동래을.서울 강동갑에 각각 공천 신청을 냈다. 이들 모두 수사 검사 출신이다.

이처럼 검사 출신을 중심으로 한 법조인이 '대약진'을 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공천의 칼자루를 뒤고 있는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을 주목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까지 지낸 고위직 검사 출신이다.

여기에 역시 검사 출신인 정종복 사무부총장도 공천심사 위원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처럼 법조인 비율이 높아지면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여론수렴이 차단되는 등 정당 고유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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