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이용대 … 한국 배드민턴 희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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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성과 짝을 이룬 이용대<左>가 10일(한국시간) 영국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셔틀콕을 넘기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청신호를 켰다. [버밍엄 AP=연합뉴스]

어두운 터널 속을 걷던 한국 배드민턴에 한줄기 빛이 내렸다. 바로 이용대(20·삼성전기)의 등장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용대의 가세에 힘입어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끝난 최고 권위의 영국오픈 남자 복식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2년 김동문-하태권 우승 이후 6년 만이다.

김동문-하태권 조는 2년 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들이 은퇴한 뒤 한국 배드민턴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중국의 벽에 막혀 우승을 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올여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예상 종목에서 배드민턴을 제외한 상태다. 아무리 복식종목이 강세이지만 중국 벽을 넘기는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대의 기량이 수직상승하면서 조심스레 금메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용대는 2006년 세계 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에서 3관왕(단체·남복·혼복)을 차지하며 한국 복식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1m80cm, 73kg의 체구에 타고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센스가 뛰어나고 네트 플레이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용대가 처음부터 국제무대에서 순조롭게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복식 짝꿍인 정재성(삼성전기)과 처음 짝을 이뤄 출전한 2006년 3월 스위스 오픈에서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파워 부족을 실감하며 입상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한 웨이트로 힘을 붙인 이용대는 지난해 최고 상금(30만 달러)을 자랑하는 코리아오픈 복식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탔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김동문의 전성기 때보다 낫다. 탁월한 순발력과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은 물론 혼합복식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복식 종목에 강하다. 박주봉-김문수 조가 85년 영국오픈과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뒤를 이어 김동문-하태권, 이동수-유용성 조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은메달을 나란히 나눠 가졌다.

한편 이날 남자복식 결승에서 한국은 이용대-정재성 조가 이재진(밀양시청)-황지만(강남구청) 조를 2-1로 꺾고 우승했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는 이경원-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중국의 두징-유양 조를 역시 2-1로 꺾는 등 한국 남녀 복식이 영국오픈을 석권했다. 한국팀은 11일부터 스위스오픈 수퍼시리즈에 출전한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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