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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5월입상작-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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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광복 50년,시조 문학에 있어 광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제는 우리에게 소위 「국민문화」를 강요했으며 이것은 바로 일본 정신을 통한 동양적 전통의 계승이 시국에 호응하는 「마땅한 자세」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당시 군국주의적 전통론을 내세웠던 일부 국민문학파의 전통론 접근은 율격과 형식을 소중히 하는 시조가 진부한문학적 양식으로 이해되는 불행한 논리의 발전을 가져왔다.광복이돼 우리 말과 글은 되찾았지만 일제가 우리에게 서 빼앗아간 우리글의 율격은 온전하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 달의 작품을 심사하면서 이런 생각이 새삼스러운 것은 많은투고 작품이 형식면에서 이탈되고 있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하다.시조는 3장 6구로 이뤄진 우리 고유의 문학 양식이다.초장과중장은 3,4 또는 4,3 종장은 3,5,4, 3의 자수로 이뤄지는 음운적 구조를 갖고 있다.여기서 종장 첫구의 3자는 반드시 지켜야 시조 형식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달의 장원으로 이런 형식 면에서 충실한 정상용씨의 작품 「기다림」을 뽑았다.초장 첫구에서 다소 파격을 보였으나 작품의짜임새가 탄탄하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차상의 김동호씨는 언제나 고른 수 준을 보여주는분으로 그 만큼 기대도 크다.그러나 이 작품은 다소 개인적 심상에 머무르는 것같아 아쉬웠다.
차하로 뽑은 송혜경씨의 작품 「瑞石地에서」는 여성 특유의 단아한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특히 초장 첫구는 절구에 가깝다.
단지 「거문고」「紙筆墨」과 같은 낡은 시어가 눈에 거슬리나 이만한 능력이라면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본 다.낡은 언어보다 새롭고 깨끗한 언어가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재능있는 분이다.
「오월의 어머니」와「風蘭」은 새로운 가능성에서 입선작으로 뽑았다. 특히 김종대씨는 지난달에 비해 노력의 흔적이 두드러졌다.「능수버들」과 「고향」은 다소 진부한 소재이긴 하나 섬세한 시적 감각이 돋보였고 남승화씨의 작품 「졸음」은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나 자칫하면 말장난이 될 수 있다는 점■ 지적해 둔다.
〈심사위원 尹今初.柳在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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