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집에서 지구 지키는 활동 불편하냐고요? 뿌듯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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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병들게 하고 덥게 만드는 환경 오염-. ‘지구 살리기’는 먼 곳에 길이 있는 게 아니다. 합성세제를 쓰지 않고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작은 생활 실천으로도 건강하게 지켜 나갈 수 있다. 지구를 지키는 일을 집에서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에코맘(Eco-Mom)이다. 친환경 생활을 통해 가족의 건강과 아름다운 자연을 동시에 지키는 가정주부들이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에코맘과 그 가족은 친환경 생활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고 있다.

#1.“집에서 만든 세제만 써요”

8일 오후 서울 화곡동 이민수(40·주부)씨 집. 이씨와 아들 성재(초등 6학년)·성진(1학년), 딸 서우(5학년)가 모여 앉아 큰 그릇에 쌀뜨물과 설탕, 유용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을 섞는다. 빨래·설거지·바닥 청소·악취 제거에 화학세제 대신 사용할 천연세제를 만드는 중이었다.

이씨는 “밥을 할 때 쌀뜨물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발효미생물제를 섞는다”며 “혼합 액체를 밀폐된 용기에 1주일 정도 넣어 두면 오염이 전혀 없는 만능 세제가 된다”고 말했다. 성진이는 “막걸리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서 처음엔 싫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과학실험을 하는 것 같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신이 난다”고 말했다.

이씨 집 냉장고에는 콜라·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대신 현미로 만든 식혜가 들어 있다. 성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사과도 껍질째 먹는 유기농 제품이었다. 이씨네는 7년 전부터 에코 가족이 됐다. 이씨는 “성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 환경을 보호해야 가족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겨울철 난방을 줄이고 실내에서 내복이나 점퍼 입기 ▶머리 감은 물로 화장실 물 내리기 ▶아이 옷 물려 입기를 실천했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에코생협매장의 단골 고객이 됐다. 그곳에서 친환경 식빵·야채·햄·과일 등을 사 먹어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일반 제품보다 비싸지만 평소의 친환경 절약 생활 덕분에 가능했다.

#2. “빨랫감 많아도 뿌듯해요”

서울 화곡동에 사는 주부 이민수<中>씨와 아들 성재(초등 6학년·왼쪽부터)·성진(1학년), 딸 서우(5학년)가 쌀뜨물과 설탕·유용미생물을 섞어 천연세제를 만들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소혜순(40)씨 집에는 다른 집보다 빨랫감이 많다. 막내아들 한울이(2)의 천기저귀, 큰딸 예슬이(15)와 소씨의 면생리대를 빨아야해서다. 소씨는 5년째 면생리대를 쓰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을뿐더러 제품에 들어 있는 표백제 같은 화학물질이 오염을 유발한다는 설명을 회원으로 있는 환경단체로부터 듣고서다. 처음엔 “유난스럽다”는 말도 들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건강에도 좋고 생활비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씨가 모범을 보이자 예슬이도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초등 학생인 둘째 딸에게도 쓰게 할 계획이다. 소씨는 “예슬이가 여행 갔을 때 일회용 생리대를 가져갔는데 착용감이 안 좋다며 다시는 쓰지 않았다”며 “매번 세탁해야 해 번거롭지만 여성질환도 예방되고 착용감도 좋아 누구든 한 번 쓰면 면생리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이도 천기저귀를 써서 엉덩이가 짓무르지 않고 항상 뽀송뽀송하다. 소씨는 “작은 노력으로 가족의 건강도, 지구 환경도 동시에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3. “집안이 덜 깨끗해도 좋다”

서울 고덕동에 사는 주부 남희정(49)씨의 고향은 강원도 홍천이다. 시골 출신이라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남씨는 5년 전 새만금 갯벌 오염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보고 “집안에서 할 일을 찾게 됐다”고 했다.

우선 합성세제를 끊었다. 집안에 있던 세탁세제·샴푸·식기세척제를 다 치우고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만들어 썼다. 화장품도 끊었다. 대신 집에서 올리브 오일이나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든 친환경 로션을 사용했다. 그리고 집 주변에 5평 텃밭을 만들어 직접 상추·쑥갓·열무·배추를 키웠다. 김장도 여기서 나온 배추로 했다. 집안에서 화장품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농기구들이 들락거리다 보니 집안이 좀 지저분해졌다. 가족들은 “혼자 유난을 떤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며 “제발 그만하라”고도 했다. 가공식품을 좋아하고 세제 향이 나는 향긋한 옷에 익숙했던 두 아들도 설득해야 했다.

남씨는 “아이들에게는 광우병 위험 경고 비디오를 보면 용돈을 주고 환경 관련 책도 읽어 주면서 의식을 바꿔 갔다”며 “이제는 가족이 건강해졌다며 남편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글=민동기·선승혜 기자 ,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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