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혈세만 낭비한 ‘사회적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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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한 감사원 특감 결과는 지난 노무현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었는지 보여준다. 감사원은 “정부가 일자리에 대한 적합성 평가도 하지 않고 사업을 선정해 부실 일자리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등 11개 부처가 1조2900억여원을 들여 추진한 ‘아이 돌보미’ 등 43개 사업 가운데 무려 19개가 공공근로보다도 근로조건이 열악한 무늬만 일자리였다고 한다. 이러고도 노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한 해 20만 개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고 자화자찬해 왔다. 통계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의 체감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 지적사항을 들여다보면 도처에 널린 혈세 낭비 사례에 분통이 터질 정도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 서비스 대상 가구의 보유재산 기준을 제대로 정하지 않아 월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 가정에까지 노인 도우미를 파견했다. 강원도는 1억3000만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 박람회를 열었지만 2900여 명의 참석자 가운데 취업한 노인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예산을 타내기 위해 사업실적까지 부풀려 보고했다. 강원도와 충북도를 표본조사한 결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직업을 구한 것으로 보고된 노인 중 무려 90%가 취업한 사실조차 없었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말해준다. 이런 식이라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그만두는 게 낫다. 혈세만 낭비하고 실업률 통계에 착시현상만 만들 뿐이다. 새 정부는 이런 일자리 정책을 완전히 새로 짜기 바란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개념을 최소로 축소해야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일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제적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일자리의 경제성·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공공분야가 만들어 내는 작위적인 일자리보다 민간분야가 만들어 내는 진짜 일자리가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