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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보복관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애덤 스미스는 고율의 관세부과는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방편이건 또는 외국의 보호정책에 대한 보복행위건 모두 문제가 있다고보았다.우선 국내 유치(幼稚)산업의 육성을 위해 그 산업이 성숙할 때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걸 음마산업 보호론(infant industry protection)」은 그 산업이 일단 본궤도에 올라선 후에는 보호정책을 중단해야 할 텐데 정부가 그럴 만한 「정치적 결단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지 않았다.또 보복조치로서의 고율 관세부과는 잘못 하나에 잘못 하나를 더하면 「잘못 둘」이 되는,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란 게 그의 생각이었다.
1930년 미국의회는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하울리 스무트관세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관세장벽으로 둘러쳤다.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법안의 제정은 틀림없이 다른 나라들의 보복을 부를 것임을 경고하며 법제정의 중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지만 「국내산업 보호」라는 정치적 명분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이 관세장벽을 치자 다른 나라들도 즉각 보복조치를 취했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캐나다 등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강력한 수입쿼터제를 도입했고, 영국은 비상관세법령과 수입관세법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결과는 「공멸(共滅)」 이었다.하울리 스무트법 통과 2년만인32년 미국의 英연방에 대한 수출은 29년의 3분의 1로,프랑스와 캐나다에 대한 수출은 4분의 1로 격감했으며 세계경제는 미증유(未曾有)의 대공황을 경험해야 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입안자들은 언제나 해외시장을 주어진 것으로받아들이고 미국의 대외무역여건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법을 만들었다.』 조지프 존스는 34년 『관세보복』이라는 책에서 이처럼 개탄했다.
최근 미국정부는 일본이 미국産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해 일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59억달러에 달하는 13개 모델의 일본제 고급자동차에 1백%의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그동안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수세적(守勢的 ) 입장을 취해 오던 일본정부도 일본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제품에 대한 제재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자국(自國)언론에 흘리는 등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양국의 자존심대결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도 없지 않다.「역사적 교훈」을 떠올리는 일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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