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어떻게자라나>어린이도서연구회 독서의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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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폭력.음란물 투성이의 만화.잡지.비디오.컴퓨터게임의 홍수 속에서 서점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해도 너무한다」고 할 정도의 책이나컴퓨터프로그램이 서점에는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서울.인천.대구.부산 지역 5백70명의 4~6학년 어린이와 4백1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현재 서점에서 팔고있는 책들이 재미있고 내용이 알차서 좋다는 어린이는 약 15%뿐.대부분의 어린 이가 「폭력적인 내용이 너무 많다」「웃기는 책이 너무 많아서 읽어봤자 아무도움이 안된다」「동네 서점에는 볼만한 책이 없다」「나쁜 책은 못사가게 말려야 하는데 한권이라도 더 팔려고 내버려둔다」「시시하다」「딱딱하다」등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학부모들도 흥미위주,지나친 폭력,어린이 정서를 해치는 귀신이야기 등 공포물과상업적 저질만화 공해,포청천.포동이시리즈.민지일기 등 TV프로그램에 맞춘 번역기획물 홍수 등을 우려한다.어린이들이 친구에게권하고 싶은 책들 가운데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그대를 잊을 수만 있다면』『메밀꽃 필 무렵』『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죄와 벌』등 성인 및 청소년 도서들을 추천한 케이스가 상당수. 그런가하면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는 책들 가운데『테스』『주홍글씨』등 세계명작과 『YS는 못말려』『청춘예찬』『백마타고 온 사람』『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등 어린이들 수준에 맞지않는 베스트셀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어린이들 의 독서지도에 얼마나 서툰지를 드러냈다.
이같은 실정을 고려,어린이도서연구회는 ▲어린이 전문서점과 어린이도서관 확충▲학교교과과정을 이용한 체계적 독서지도▲저질 출판물에 대한 규제 및 불매운동▲믿을만한 「좋은 책 목록」제작.
배포 등이 시급하다고 결론지었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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