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중년의위기>4.고육지책 명예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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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하세요」-.
매년 인사철만 되면 D사의 곳곳 게시판에는 이런 제목의 포스터가 나붙는다.통상 퇴직금에 웃돈(명예퇴직금)을 얹어줄테니 제발 많은 사람이 스스로 나가달라는 호소다.
80년대 중반 중동(中東)붐이 식으면서 건설사중에 귀국하는 간부직원들을 앉힐 자리가 없자 전격적으로 「사장실 대기」등의 발령을 내고 당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을 치워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요즘 기업들은 그러나 이렇게까지 무리 한 방법은 쓰기 어렵다.대신 보편화된 군살빼기 방법이 명예퇴직제다.
포항제철 인사담당자의 말.『최선책이 아니란 건 안다.조직의 피라미드를 유지하지 않으면 고령화로 인한 저생산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大를 위한 小의 희생이다.』 통상적 퇴직금에 듬뿍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회사측 자금부담도 엄청나다.그러나 회사는 장기적인 조직의 체질강화를 위해 일시적 부담을 감수한다.현재 이 제도는 대부분의 공기업과 금융기관이 실시하고 있고 민간기업들의 실시도 늘어나는 추 세다.
한국IBM은 93년 15년 근속후 명예퇴직한 직원에 3억원의퇴직금을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8년을 더 근무한 것으로 쳐주어 22개월치 월평균임금(1억1천만원)을 명예퇴직금으로 얹어주었기 때문이다.한국은행에서 32년 근무한 H 부부장은 지난2월 명예퇴직에서 원래의 퇴직금 1억8천만원에 2억7천만원을 명예퇴직금으로 얹어 4억5천만원을 받았다.30대후반의 여직원들은 한번에 1억원이나 되는 살림밑천을 만지기 위해 앞장서기도 한다. 그러나 금액을 파격적으로 올린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회사가 기대한 만큼 명예퇴직에 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년이 58세인 외환은행은 작년5월 「직위별 특별퇴직」과 「準정년 특별퇴직」이란 두가지 명예퇴직제를 인사제도로 고정시켰다.직위별 특별퇴직은 만 54세미만이고 부.점장급이 된지 4년이 넘는 간부를 대상으로 통상퇴직금에 3년치의 모든 임금(기본급.수당등 모든 월정급여와 상여금)을 더 얹어 주는 방식인데 제도시행후 지금까지 1년간 대상자 1백20여명중 단 한명도 신청자가 없었다.
準정년 특별퇴직은 부.점장급이 만54세가 되는 날부터 1년간만 자격이 주어져 통상퇴직금에 3년치 모든 임금은 물론 정년잔여기간에 3년을 뺀 기간분 임금의 절반을 더 얹어주는 방식이다.정년때까지 남아 근무할때 받을 임금을 거의 그대 로 다 주는파격적인 유인책이다.그러나 지난 1년간 대상자 50여명중 11명만이 이 퇴직 방식을 택했다.신청자격기간을 넘겨(예컨대 56세에)신청하면 통상퇴직금만 지급한다.신청기간을 54세 되는 날부터 만1년으로 제한한 것은 빨리 거 취를 결정하라는 독촉의 의미다.이와 관련,이 은행 관계자는 『대상자들이 집에서 놀거나계속 근무하거나 경제적 득실은 거의 같지만 퇴직후의 무력감,자녀 결혼 등을 고려해 신분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명퇴자가 재취업하기는 쉽지 않다.나이도 나이려니와 회사측이 웃돈을 주는 대신 조건을 다는 경우가 많기 때문.예컨대 한국IBM은 회사기밀보호를 위해 명퇴후 1년간 경쟁사 취업을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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