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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감옥이에요" 시행 일주일 만에 교육부 성토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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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교가 아니라 여관이다. 선생님한테 맞기 싫어 꼭두새벽부터 설치다 보니 0교시 수업 때는 아이들이 모두 자고 있고 야간자율학습은 '야간취침시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학교에서 야간자습 신청서를 써오라고 하기에 불참해도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무조건 '참가'표시하고 부모님 사인이나 도장을 받아오라고 하더라. 이게 무슨 자율이나. 자율학습은 강제학습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www.moe.go.kr)는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 수업을 둘러싼 성토장이 됐다. 하루에 올라오는 글만도 100~200여건이나 된다. 교육부의 2.17 사교육 경감대책의 실수요자인 학생.학부모들이 오히려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생은 자율시행이라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자율학습 등을 강제한다고 지적했다.

'고딩' ID를 가진 학생은 "학교에서 형식상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희망조사를 하지만 무조건 동그라미를 쳐야 하고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선생님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대책이 발표된 뒤 학교가 교육부를 믿고 더 시킨다"고 글을 올렸다.

학과 진도를 금지한 수준별 보충학습 시간에 이를 어기고 진도를 나가는 학교를 고발하는 글도 있다.

고2라고 밝힌 학생은 "보충학습은 내신과 상관없이 학생이 선택해 들어야 하는데도 학교에서는 진도를 나가는 데다 보충학습 시간에 배운 것에서 시험 출제를 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학교에서 보충학습 시간에 진도를 나가는데 교육부는 학교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사해 처벌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둔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오히려 학생의 부담만 늘리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학원도 전부 주말반으로 옮겼다. 게다가 '야자(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오면 교육방송 들어야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한다. 우리가 무슨 철인이냐."(고3학생)

일주일간 '야자'를 했다는 고1학생은 "아침 7시에 학교로 와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하고 학원 갔다가 집에서 잠시 눈만 붙이고 나오니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괴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라는 글을 올렸다. 고교 시절 '야자'와 '0교시'수업에 시달려왔다는 한 사회인도 "교육방송 등 과거에 실패했던 교육정책의 반복은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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