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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끼리, 친구끼리 총선 길목 ‘맞장’ 금배지 향해 뛰는 이색 예비 후보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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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 다른 어느 때보다 물갈이 여론이 거세고, 지역 특성상 공천장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후보자들이 난립해 친구나 친·인척끼리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친구끼리 공천 티켓 결투=전북 김제·완주 선거구에는 통합민주당 예비 후보로 총 7명이 나섰다. 이 가운데 곽인희 전 시장과 최규성 현 의원, 최상현 씨 등 세 명은 전주고 45회 동창생들이다. 모두 김제가 고향이라 고교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다.

곽 전 시장은 “동창회서 만나면 서로 ‘페어 플레이를 하자’고 다짐한다”며 “친구들이 ‘세명이 고스톱을 쳐 후보를 결정하라’는 압력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주 완산 을(서신·효자·삼천동)에 도전장을 내민 이상직·김광삼 후보도 전주고 58회 친구들이다. 이 후보는 회사를 14개나 거느린 기업가로서 성공한 뒤, 김 후보는 변호사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뒤 정치에 뛰어 들었다.

이들은 같은 선거구의 다른 후보들과도 ‘쌍둥이’처럼 인연이 겹친다. 이상직·이재영 후보는 대기업 직장인으로 출발해 30대에 사장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또 진봉헌·김광삼 후보는 변호사와 민주당 등 비슷한 행로를 거쳤다.

제주 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이일현·강창재 예비후보는 30년 지기 친구사이다. 오현고 동창인 데다 함께 서울대 동문이다. 이 후보는 외교학과를 나왔고, 강 후보는 정치학과를 나왔다. 오현고 동창회에선 “정말 서로 본선에서 맞붙는 일이 생기겠냐”며 눈 여겨 보고 있다.

김대곤(전주 완산 갑)·장세환(전주 완산 을)·이승우(군산) 후보는 모두 전북도 정무부지사 출신이다. 다들 말술이며 마당발인 데다 사석에서 형·동생할 정도로 가까워 “ ‘정무부지사 연대’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형제끼리 맞대결=전주 덕진 선거구에 함께 출사표를 던진 이창승·이관승 후보는 형제 간이다.

이창승씨는 3형제 중 첫째, 이관승씨는 막내다. 일부에서는 “형제끼리 다투는 게 볼썽사납다”고 비판하지만, 양 캠프에서는 “통합신당, 민주당으로 소속이 달랐는데 합당되면서 불가피하게 대결 양상이 됐다”고 말했다.

‘운동권의 용감한 형제’로 이름을 날리던 양재원·양재호씨도 전주에 동반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대 재학시절 독재정권 타도에 앞장서 형은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동생은 군대 강제 징집과 구속을 당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초대 민선 서울 양천구청장을 지낸 양재원 후보는 덕진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상임이사를 거친 양재호 후보는 완산 갑에서 뛰고 있다.

또 의원과 후원회장, 전 의원과 보좌관 사이에 양보 없는 접전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국정원 감청사건의 명예회복’을 내세워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진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은 채수찬 현 의원의 후원 회장을 2004년부터 맡았다.

남원·순창 선거구의 조찬형 전 의원과 최진영 전 남원시장의 대결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정치적 ‘사제관계’로 최 전 시장이 조 전 의원의 비서로 활동하다 그의 천거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 때문에 최 전 시장은 “조 전 의원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는데, 공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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