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양수터서 판소리 한마당-대모산찾는 80여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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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이리 오너라,업고노자.사랑,사랑 내 사랑이야』(판소리 사랑가中). 지난 9일 오전6시.강남구개포동 대모산기슭 대룡약수터-.80여명의 주민들이 덩더쿵 북소리에 맞춰 판소리 가락을 뽑는다.장단이 중모리.중중모리를 거쳐 자진머리로 바꾸면 북소리는잦아들고….절로 흥이 오른 주민들은 목을 좌우로 젖혀가 며 흥겨운 가락을 반복한다.
판소리 애호가 이용수(李鏞秀.47)씨가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화.금요일 오전에 1시간동안 대모산에서 열고 있는 무료 판소리교실의 풍경이다.
현재 국민은행 서울 대치남출장소 책임자인 李씨는 판소리가 좋아 13년 전부터 인간문화재 정광수(鄭珖秀)선생으로부터 2년반동안 수궁가를 익혔고 명창 조상현(趙相賢)씨로부터는 지금도 춘향가를 배우고 있는 판소리광(狂).
李씨는 국민은행 호남본부가 있는 광주에서 근무할 당시인 92년부터 3년간 「무등산 판소리교실」을 개설,인기를 끌었는데 서울근무 발령을 받고 노래판을 서울로 옮겼다.신도시 분당에서 살고 있는 李씨는 판소리교실이 열리는 날이면 매일 오전4시30분에 집을 나와 대모산으로 향한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는 광대와 구경꾼의 교감을 이루게 하는 것이 판소리입니다.어느 곳이든 멍석 한장만 깔면 판이 서는판소리의 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판소리교실을 개설했습니다.』 李씨는 앞으로 춘향가중 「사랑가」「이별가」,적벽가중 「적벽대전」,흥보가중 「본타령」등 유명 판소리 가운데 재미있는 대목을 골라 집중적으로 가르쳐 판소리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할 계획이다.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는 회원 50명에 20~30명 정도 참석했으나 지금은 회원이 1백명정도로 늘어난데다 판소리교실 참석인원도 80명선에 이른다.회원들은 주로 50대 전후가 주류를이루지만 아버지를 따라 약수터에 나오다 판소리교실 회원이 된 여고생을 비롯,할머니 손을 잡고 나와 사랑가를 따라부르는 유치원생도 눈에 띈다.
남편과 함께 아침등산을 하다 회원이 된 정병화(鄭丙花.63)씨는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에 올라 약수를 한모금 들이키고 판소리까지 배우니 몸에 기(氣)가 솟는 것을 느낀다』며 판소리 예찬론을 폈다.
참가신청 국민은행 남대치출장소((558)4801).
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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