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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드라이버도 질겁하는 운전 기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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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포뮬러1(F1) 레이서조차 겁에 질리게 하는 운전 기술은 무엇일까.

급가감속을 통해 코너을 돌아 나갈 때 꼭 알아둬야 할 운전 기법 가운데 가장 기본이 언더 스티어와 오버 스티어 방지다. 두 가지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링이 되지 않아 사고를 부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메가미 호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언더 스티어는 핸들을 돌린 것보다 차량의 회전이 덜 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전륜구동차량에서 많이 나타난다. 코너에서 앞바퀴의 구동력이 증가하면서 미끄러지는 현상이다. 역으로 오버 스티어는 핸들을 꺾은 것보다 차량이 더 많이 회전하는 것을 말한다.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후륜 구동차량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가면서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렸을 때 이런 현상을 잠깐씩 겪은 운전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F1 챔피언을 지낸 페르난도 알론소(르노팀) 선수 역시 코너를 돌면서 추월을 할 때 언더 스티어에 약한 징크스를 보여주곤 했었다.

언더ㆍ오버 스티어는 일반적인 도로 주행과 급가감속을 하지 않을 경우 일반인들은 거의 느낄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살짝 언 도로나 빗길 등 접지력을 잃기 쉬운 도로에서다.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회전을 할 때 한쪽 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질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 미끄러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핸들을 꺾어줘야 하는 카운터 스티어를 제때 해주지 못하거나 역으로 엑셀을 밟아 구동력을 증가시키지 못할 경우 경우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도로 가장자리에 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빙판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버 스티어가 생길 경우 대부분 운전자들은 엑셀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만 심하게 밟는다. 이럴 때 차량은 중심을 잃고 팽이처럼 회전하기 쉽상이다. 특히 속도를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들은 꼭 안전운전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따라서 안전 운전 교육은 언더ㆍ오버 스티어를 감지하고 이를 방지하는 운전 기법을 가르치는 게 기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 차량에서 손쉽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4륜 구동이라면 어떨까.

지난달 일본 나가노(長野)현 다테시나(蓼科)시 메가미(女神) 호(湖)에서 열린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ADE)에서는 꽁꽁 언 얼음판에서 언더ㆍ오버 운전기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한마당이었다.

아우디 인스트럭터 마스터 타나베 마사히코.

드라이빙 교육을 받기 위해 인천공항을 출발해 8시간 만에 메가미호에 다다른 20명의 체험단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빙판 위에 살짝 올려진 S4, S4 아반트, A6 4.2 아우디 콰트로 차량이 이들을 반겨서다. 이들 차량에는 도마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수직에 가까운 나무를 오르내리는 도마뱀은 접지력 최상을 자랑하는 아우디 콰트로의 상징이다.

메가미호는 해발 1530m로 1,2월에는 빙판 두께가 30㎝ 넘게 꽁꽁 언다. 두 달 동안 이 호수에서 각종 드라이빙 스쿨이 열린다. 2월 평균 최저 기온은 영하 13도에 달한다. 한 낮에도 영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지난해 2월 필자는 중국의 120만평 빙판 호수에서 쏘나타 등 국산차로 맘껏 달려본 적이 있다. 부품회사인 만도의 중국 빙판 주행시험장이 설치된 중국 북단 헤이허(黑河) 우아니우(臥牛)호수에서다. 이곳에 비하면 메가미호는 10분1도 안되는 크기지만 드라이빙 교육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아우디는 1980년 주로 군용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만 사용하던 4륜구동 시스템을 세계 처음으로 승용차에 달았다. 장착해 1980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했다. 참가자들이 체험할 콰트로는 94년에 개발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4세대다.

타나베 마사히코와 필자가 빙판 드라이빙을 하고 있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부상은 절반

6시간으로 구성된 ADE는 빠르게 주행하는 고난도 테크닉보다는 안전 교육이 우선이다.
안전 운전의 기본은 올바른 운전 자세로 시작한다. 다나베 마사히코(51) ADE 수석 인스트럭터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사고가 났을 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올바른 자세로 운전을 하면 부상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소개하는 올바른 자세는 다음과 같다. 1. 시트에 앉아 최대한 몸을 시트에 바싹 붙인다. 2. 대부분 편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시트를 90° 보다 눕히지만 이 자세는 사고에 치명적이다. 최대한 수직에 가깝도록 세워 앉는다. 3. 팔꿈치가 약간 접히도록 시트를 핸들 방향으로 다가간다. 4. 핸들은 계기반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조절한다. 4. 헤드 레스트는 뒤통수가 닿을 수 있도록 길게 뽑아서 고정시킨다.(보통 헤드 레스트가 목 위에 닿는 경우가 많다) 5. 브레이크를 힘있게 밟을 수 있도록 거리를 조절한다.

이 순서에 따라 독자들은 오늘부터라도 운전 자세를 고치도록 하자. 다나베 인스트럭터는 유럽에서 주로 열리는 월드랠리(WRC) 선수 출신다. 80년대 닛산과 수바루 팀으로 랠리에 참가했었다.

나가노(일본)〓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필자 소개 ‘어떤 차를 사면 좋을까요,어떤 차가 가장 좋나요’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지만 가장 어렵우면서도 어리석은(?)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내외 시승만 600여회, 어떤 차를 사느냐보다는 ‘나와 어떤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지’가 현명한 선택일 듯 싶다. 요즘은 ‘1人3役’은 해야만 먹고 살수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이외에 현재 일본자동차기자단 멤버로, 요코하마국립대 경영학 박사과정(자동차산업론전공) 중인 만학도(晩學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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