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停戰체제 흔드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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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北韓)이 판문점(板門店) 중립국감독위원회의 북쪽 사무실을 폐쇄하고,북쪽 공동경비구역의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3일 통보해 왔다.40년 넘게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해온 정전(停戰)체제의 무력화(無力化)를 노리는 도박이자 협박이기도 하다.
북한의 행위는 정전협정의 엄연한 위반이고,또 최악의 경우 자칫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일방적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 동요하거나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북한은 우리를 뺀채 미국(美國)과만 평화협정을 맺겠다고 집요하게 시도해 왔다.특히 지난해 핵문제로 미국과 직접접촉의 길이열리면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판문점에 북한 측 군사대표부를 설치한 다음 중국(中國)의 정전위 대표를 소환하도록 하고,중립국감독위원회의 체코.폴란드 대표를 강압적으로 철수토록 해온것이다. 따라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다음 수순이 있으리라는 것은 우리로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고,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제에 어떤 수단을 들고 나올지 몰랐을 뿐이다.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에 새로운 도박에 나선 것은 시기적 으로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수로 협상의 교착에 따른 미국과의 고위급 정치회담을 앞두고 평화협정문제를 거론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포석이라는측면이다.중요한 협상이나 계기가 있을 때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상투적인 협 상수법이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은 이런 수법으로 상당한 이득을 챙겨왔다.북한으로서는 미국이 5월안에 매듭짓기로 돼있는 핵비확산조약(NPT)의 연장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시점도 계산,또 한차례의 벼랑끝 버티기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따라서 이제는 북한의 그런 억지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북한의 협정위반 사실을 유엔안보리에 보고하는 등 세계여론의 압박을 받게 하는 외교활동과 아울러 한국과 미국이 긴밀한 논의와 정책협조를 해가며,북한이 비집고 들어설 틈새를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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