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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휴대전화 인터넷, 韓·美 뜨거운 '표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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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위피(WIPI★)와 브루(BREW★)라는 이름도 생소한 무선인터넷 플랫폼(구동소프트웨어)을 둘러싼 한.미간 논쟁이 뜨겁다.

'위피'를 개발한 '한국무선인터넷 표준화 포럼'과 브루를 개발한 미 퀄컴사가 2년 넘게 논쟁을 벌여오고 있고, 최근 열린 한.미 통상회의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등장했다. 이 회의에서 양국은 위피와 브루의 '공존 방향'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공존'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여전히 서로 기술.상품적 우위를 주장하고 있어 위피.브루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피 시장 확대될 듯=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시장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현재 브루를 탑재한 KTF단말기 한대당 3달러가량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약 600만대의 브루 기반 단말기가 판매된 것을 고려하면 1800만달러(216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 기반 위에 게임 등 각종 응용프로그램이 작동하므로 그 시장과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위피 개발은 2001년부터 추진됐다. 이통사별로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함으로써 콘텐츠 호환이 안 되고,업체들이 콘텐츠 개발에 중복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자체 기술을 확보해 외국기업에 로열티를 주지 말자는 점도 고려됐다.

자체 플랫폼 SKVM 등을 탑재해온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위피'구현 휴대전화를 출시했으며 현재 가입자는 5만명 수준이다. 'KVM'을 이용하는 LG텔레콤도 3월 중 위피 장착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KTF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피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이용자는 10만명 수준. 이통사들은 위피 탑재를 계속 늘릴 예정이다. 결국 위피는 현재 시장 규모는 작지만 발전 가능성은 크고 브루는 지금의 시장은 크지만 앞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표준화 '해야 한다','안 된다'=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표준반의 김선자 박사는 "퀄컴에 대한 로열티는 별도로 하더라도 콘텐츠 호환과 사용자 편의, 중복투자방지,기술발전을 위해 표준화는 꼭 필요하다"며 '위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퀄컴 측은 ▶빠르게 변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표준화해서는 안 되고▶위피 단일화가 아니라도 콘텐츠 호환은 가능하며▶단일 표준화는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위반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퀄컴 코리아 오재하 이사는 "호환성이라는 원칙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호환'을 위해 위피만을 쓰자는 식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업체 자율에 맡겨 달라는 것이다.

표준화의 WTO규정 위반 주장에 대해 정부는 '호환성과 편의를 위해 플랫폼을 의무화할 수 있으며 이는 규제당국의 의무이자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로열티'가 아니라며 금액 밝히기를 거부하는 '사용료'에 대한 주장도 첨예하다. 브루는 '로열티'를 내고 '위피'는 무료 공개된 규격이라는 표준화포럼에 대해 퀄컴은 "KTF에서 받는 것은 로열티가 아니라 서버.기술 제공 등 토털 솔루션에 대한 판매비"라며 "오히려 로열티를 내는 것은 위피"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표준화 포럼은 "선에 지급하는 것은 위피에 대한 로열티가 아니라 이를 이용해 플랫폼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한 업체가 지급하는 것으로 금액도 브루에 비할 바 아니다"고 말한다.

퀄컴은 브루 탑재 단말기당 3달러를 받고, 위피 적용 단말기는 대당 20센트를 선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퀄컴은 또 "이미 세계 20개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브루에 비해 위피는 국내 표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반면 표준화포럼은 "세계시장의 절반도 안 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브루가 오히려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며, 위피는 향후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SM(유럽형)방식으로도 개발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공존'=양국이 위피와 브루의 '공존'을 모색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공존'에 대해 "위피는 표준규격이므로 이에 맞도록 브루를 변형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위피와 브루 양자의 독자적 공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위피 의무화 여부 결정시기'를 하반기로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퀄컴 측은 '공존'에 대해 "콘텐츠 호환만 이뤄지면 브루를 유지하면서 위피가 작동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라며 "오직 현재의 위피만 한국시장에서 가능하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위피(WIPI)는 브루와 같은 개별 제품이 아니라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규격을 말해요. 이 규격에 맞춰 플랫폼을 개발하면 이름은 편한 대로 붙여도 상관없지만 통상 '위피'플랫폼으로 부른답니다. 플랫폼 표준화를 위해 이통3사 .삼성전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60개 민간 업체가 2001년 7월부터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을 구성해 개발을 시작해 2.0버전까지 나와 있습니다.

★브루(BREW)는 미국 퀄컴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제품입니다. 2001년 11월 부터 KTF의 멀티팩 서비스 등에 적용되고 있어요. 무선인터넷 플랫폼은 휴대전화 등의 무선인터넷 운영체제(OS)를 말하는데 컴퓨터의 윈도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시면 돼요.이 기반 위에 게임 등 각종 응용소프트웨어들이 작동하는 거죠. 퀄컴은 현재 세계 20개국 23개 업체에 브루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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