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정부, 인사 파동에서 교훈 얻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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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승수 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가까스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옛 정부 총리와 장관들이 새 정부 국무회의를 여는 웃지 못할 사태는 끝났지만 완전한 내각 구성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중도 낙마(落馬)한 장관 후보의 인선과 인사청문 절차가 남아 있고, 야당이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임명 시기도 불투명하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 중 일부를 빌려다 국무회의를 열어야 할 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인사 문제로 큰 상처를 입었다. 야당의 발목잡기 탓을 떠나 이명박 정부 자신의 책임이 컸다.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꼼꼼하게 사람을 골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였다. 부동산 거래와 보유, 납세, 이중 국적 문제 등은 관련 자료에 다 나와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흠결 많은 인물들을 내세운 것은 검증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며 인사 시스템 개선 문제를 거론했다.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정 운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돼야 한다. 530만 표라는 표 차를 믿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밀어붙였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말로는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순식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이해와 생각, 계층과 출신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새 정부는 이번 일로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민심은 쉽게 떠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차제에 공직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파동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낙마한 사람마다 억울한 사연이야 있겠지만 국민 감정은 그만큼 엄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