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理 전시장 레일工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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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적발한 철도와 지하철 레일공사 비리사건은 우리 사회 모두가 어느정도 썩어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3개 레일공사 전문업체가 뇌물을 주고 담합입찰해 공사비를 많이 받아내는수법으로 2백여억원상당의 국고 손실을 낸 사실이 밝혀져 공무원10명과 업자 4명등 모두 1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또는 수배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업자와 감리.감독을 맡은 공무원이 서로 짜고 국민의 혈세를 공사비로 나눠먹는 잔치를 몇년씩 벌여온 셈이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한달여동안 철도청등 관련기관 공직자들이 무더기로 자리를 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니 왜 다리가 무너지고,지하철 공사장이 폭발하는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는지 알 것도 같다.
구속된 사람중에는 철도청 시설국장.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기술실장.지하철 궤도감리단장등 고위공직자들이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다.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직자 사회의 정화와 비리추방을 위한 사정작업이 끊이지 않았지만 아직도 지위에 관계 없이 총체적으로 오염돼 있음을 또다시 드러냈다.
또 입건된 3개 회사 임원 9명중 8명이 철도공무원 출신이라니 이들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만하다.특히 관련 공무원 대부분이 명절.휴가비는 물론이고,매월 월정금까지 받아왔다는 것이다.
91년부터 95년 사이의 레일공사 총 73건중 90%인 66건을 적발된 3개업체가 담합입찰로 따냈고,특히 이들은 뇌물을 주고 공사 구간별이나 철도청별로 분담하기까지 했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이처럼 경쟁없이 나눠먹기에 길들여진 업체들이 첨단장비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개발을 위한 재투자를 했을리 만무하니 우리기술의 뒷걸음질은 뻔한 일 아닌가.또 공사비를 각종 뇌물로 축냈으니 그동안의 전국 레일공사가 제대로 이뤄졌겠는가.
이제라도 이같은 구조적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입찰과정에서의 공정성.투명성 확보,전문기술관료의 인사관리제도 개선,부실감리 제재강화등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하루 빨리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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