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가볼만한 영국문학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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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런던에서 우리는 오래전에 타계한 영문학의 대가들이 현시대와 호흡을 같이하며 살아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국인들에게 윌리엄 셰익스피어.찰스 디킨스.서머싯 몸.버지니아 울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런던의 무대엔 거의 매일같이 이들의 작품이 올라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에 울고 웃는다.
런던에서 시작하는 문학기행은『블루플라크(Blue Plaque)』라고 하는 작은 책자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런던시는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의 생가와 살던 집에 파란 원형의문패를 달아놓고 있다.런던시청이 발행한 이 소책자는 런던시 곳곳에 있는 예술가와 문인들의 집을 쉽게 찾아가 볼 수 있게 수록해놓았다.
먼저 찰스 디킨스의 집을 가보자.
지하철로 러셀 스퀘어역에 내려 바로 옆의 길퍼드街를 한참 걷다 보면 주택가에 끼어 있는 집이 바로 디킨스의 집.
1층에서 3파운드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청년들은 영락없는 대학생이나 젊은 문인의 모습이다.디킨스의 집 주위가 런던大가 있는 대학가라는 사실은 이 작가의 작품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3층으로 이루어진 디킨스의 집에는 디킨스의 자필 원고와 편지,초상화와 유품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실내 가구도 당시의 것 그대로다. 디킨스는 이 집에서 창작욕이 가장 왕성했던 25세에서27세까지 살며 『올리버 트위스트』등 불후의 명작을 썼다.
이밖에 근린파크에 있는 서머싯 몸이 1911년부터 1919년까지 살았던 벽돌집 「쇼 하우스」도 찾아볼 만하고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베이커街에 있는 셜록 홈스와 와트슨의 하숙집도 권할 만하다. 그러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런던 북쪽 80㎞ 정도 떨어져 있는 에이번강 부근의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 upon Avon)」을 꼽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상인 존 셰익스피어의 장남으로 1564년 4월23일 스트래트퍼드 헨리街의 2층 목조집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이 집을 다녀간 6만5천여명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에는한국인도 5백여명이나 들어 있었다.
아담한 도시 스트래트퍼드.사람들은 순박해 보이고 조금만 나가면 푸른 초원에 소와 양떼들이 뛰놀고 에이번강이 그림처럼 흘러간다.사람이 갖는 생각은 그가 사는 시대와 토양에서 규정된다고했던가.셰익스피어가 23세때 스트래트퍼드를 찾아 온 순회악극단을 찾아 런던으로 가기까지 그의 지적 상상력을 한껏 불어넣어줄만한 환경이었다.
셰익스피어는 글로브극장에서 많은 시와 36개의 연극작품을 만든 뒤 만년에 스트래트퍼드로 다시 돌아와 은거하다 1616년 묘하게도 53세의 생일날에 세상을 떴다.
스트래트퍼드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생가 뿐만 아니라 부인 앤 하더웨이의 집,어머니가 어릴적 살았던 메리 아든의 집,셰익스피어컨트리사이드 박물관이 볼 만하다.시간여유가 있다면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스트래트퍼드 현지에서 공연하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교통편=서울에서 런던까지 가는 교통편은 영국항공(BA)이 지난달 28일 서울~런던간 논스톱운항을 시작한 이후 훨씬 쉬워졌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1일용 여행자 티켓을 사면 유용하다.가격은 2.8파운드(1파운드는 약 1천3백원)로 역에 있는 티켓자판기에서도 살 수 있다. 스트래트퍼드까지 갈 때는 현지 여행사가 운용하고 있는 런던교외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싸고 편리하다.보통 스트래트퍼드를 포함해 런던 교외 세곳 정도를 가는데 가격은 여행사마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대개 40파운드 안팎이다.
런던=河智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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