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親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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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레고리의 생모(生母)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거짓말을 했다.나는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에 의해 이 아이가 생모에 의해 버려지고 보호받지 못했다고 믿는다.때문에 생모의 친권(親權)을 즉각 중지시키는 것이 이 아이에게 가장 좋 은 일이 될것이 확실하다.』 지난 92년 美 플로리다州 올랜도청소년법원은12세 소년이 양부모가 자신을 정식 입양할 수 있도록 생모의 친권 상실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이런 판결을 내렸다.
「아동권(兒童權)」보호란 측면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이날 재판에서 생모는 『아들을 잊은 적이 없고 이제 생활도 안정됐으니 엄마품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지만,이 소년은 『오랫동안 생모와 연락이 끊겨 자신을 잊은 것으로 생각했 다』며 생모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다른 사례.지난 93년 우리 대법원은 간통을 이유로 생모에게친권상실을 선고한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다.
『친권자에게 간통등 비행이 있어 자녀들의 정서나 교육등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해도 비행을 저지른 친권자를 대신해 다른 사람이 친권을 행사하거나 후견(後見)을 하게 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福利)를 위해 낫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한 섣불리자녀에 대한 친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판례에서 보이는 정신은 하나다.친권의 유지와 상실은 「자녀의 최상의 이익(The best interests of the child)」을 위해 어떤 쪽이 더 나은가 하는 것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친권은 권리와 의무를 아우르는 것이지만 그 권리가 자식에 대한 지배권이나 부모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권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여기서의 권리란「자(子)를 보호하고 교양(敎養)할 의무」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를 의미한다는 것이 통설(通說)이다.
최근 서울가정법원은 이혼후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다가 뒤늦게 친권자로서 재산관리등의「권리」를 행사하려한 한 생모에 대해『자식을 돕기는커녕 재산을 노려 소송을 제기하는등 피해를 주었으므로 어머니로서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친 권상실을 선고했다.자녀들이 「길러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고 진술한 것은 물론이다.
친권은 「의무」지,흔히 말하는 의미의 「권리」가 아니란 것을부모들이 다시 한번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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