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기후협약 영향 직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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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독가스사건과 미국의 대형 폭발사건등 끔찍하고도 무차별적인 도시테러 행위를 보면서 맞은 지난 주말의 제26회「지구의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파괴행위에 대한 잔악함을 실감케 하는 하루였다.반쪽이 날아가 버린 고층건물의 콘크리트 더미속에 갇혀 있을 수많은 인명을 생각하면서,한편으로는 한 건물에국한되지 않은 지구전체를 서서히 그것도 눈에 띄지 않게 파괴해나가고 있는 또 하나의 무차별적인「자연에 대한 테러행위」를 상기하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달 말 베를린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참가국 회의의 주제가 되었던 지구온난화(溫暖化)문제 또한 비록 그 진전속도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미진하나 전지구적 노력이 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지구테러행위」다.지구온난화는 산업화 과정에서의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판명되었다.전세계적으로 1천만명 이상의 환경난민을 낳은 지난 겨울 서유럽의 금세기 최악의 홍수,북미대륙에서의 때아닌 이상기온현상 등이 화석연 료 사용으로 배출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상당한 개연성이 있지 않은가 우려들을 하고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은 이러한 자해성(自害性)테러행위를 자제하자는,어찌보면 당연한 전지구적 캠페인이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국제질서 및 패권확보 수단으로 각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역이용하려 는 움직임마저 있다.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그 수명이 60~70년이 넘기 때문에 현재 지구상공에 떠도는 이산화탄소는 선진공업국들이 산업화과정에서 부지런히 쏟아낸 것들이다.따라서 구태여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이들 선진국들에 문 제가 있는 것이다.이미경제발전의 후기에 도달하여 연간 배출량이 안정화되어 있는 이들국가들이 『자,우리 전세계 식구들 모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우리는 앞으로 이산화탄소 방출을 자제할 테니 모두 함께 지구를 살려보자』고 호소하니,이를 곱게받아들일 개발도상국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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